[사람과 경제] 8. 충북주거복지센터 사회적협동조합 HAGO

충북주거복지센터 사회적협동조합은 지난해 고려인 최초 정착지로 알려진 카자흐스탄 '우슈토베'를 방문해 집수리를 하고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 HAGO 제공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Have a good one'의 줄임말 HAGO[:하고]는 중의적이다. 좋은 날이 되라는 덕담, 일을 한다는 동사 내지 함께 함을 나타내는 격 조사의 의미를 모두 갖고 있다.

충북주거복지센터 사회적협동조합이 출범할 당시 조합원들이 함께 꾸었던 꿈도 'HAGO'의 범위 안에 있다. 출범 5년째, 충북도내 시·군 조합들이 참여한 주거복지 사업의 꿈은 현실이 되고 있다. / 편집자
 
"세상에는 수 많은 길이 있습니다. 여러 길 중에서 우리가 선택한 길은 고단하고 힘든 길입니다. 하지만 신나고 재미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윤만이 아닌 상생을 생각하는 길, 약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길,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 사람이 중심인 사람다운 길, 사회적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길, 그 길을 걷기 위해 뜻을 모았습니다."
 
약자도 웃을 수 있는 길

충북주거복지센터 사무실 사진 / HAGO 제공

충북주거복지센터 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김덕수)은 조합 탄생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논의를 시작해서 뜻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기까지 기간은 예상보다 지난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자활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된 충북주거복지센터 네트워크가 창립의 마중물 역할을 했는데 조합의 형태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협동조합과 지역사회 환원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사회적협동조합 사이에서 조합원들은 줄다리기를 했다.

"시·군 조합들이 취약계층을 고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만큼 광역 단위의 협동조합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 더 큰 공감을 했어요. 서류도 복잡하고 준비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힘들어도 우리가 선택한 길을 가자'는 뜻에 합의했습니다."

김덕수 이사장은 "고단하고 힘든 길이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이야말로 지역과 상생하는 길, 약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길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충북주거복지센터 HAGO는 2014년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인가를 받았다. 창립 두 달째인 2013년 12월에는 충청북도가 지정하는 충북광역자활기업 제1호로 인정받았다.
 

주거복지 사업은 이렇게

HAGO는 지난해부터 충북도교육청과 3년 협약을 맺어 1년에 600만원씩 공부방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HAGO제공

HAGO는 주거복지사업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독거노인과 한부모, 외국인, 저소득층 가구 등 주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공기관과 연계해 다양한 주택개보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벼운 집수리는 지역의 자활기업이 담당하고 중보수와 대보수는 LH주택공사에서 입찰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연계한 주거복지 사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우선 LH수선유지급여(경보수) 사업이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주택 개량이 곤란한 저소득층 가구 주택에 대해 주거보장을 강화하고 양질의 주택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주택구조와 시설설비 개보수에 필요한 수리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두 번째는 K-water 댐 주변지역 사랑의 집수리 지원사업이 있다. 충주댐과 대청댐 관리단의 지원사업으로 댐 주변 주거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너지재단의 저소득층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K-water 행복가득 水 프로젝트도 주거복지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이 단열과 창호교체 등 저소득층의 난방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면 水 프로젝트는 수질개선과 수압개선, 옥외 설치물에 대한 이전설치 및 노후화를 개선하는 사업이다.

김덕수 이사장은 "11곳의 조합이 각 시군 주거복지센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자치단체와 LH주택공사에서 추천하는 수급자 중심의 대상자뿐만 아니라 여러 이유로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사회적협동조합 HAGO 네트워크에는 ㈜보은주거복지센터(보은군), 한아름건축(영동군), 음성건축(음성군), ㈜새로이건축(옥천군), ㈜한누리주거복지센터(제천시), ㈜진천주거복지센터 두꺼비하우징(진천군), 미가건축(청주시), ㈜성실기업(충주시), 아름드리인테리어(단양군), 하나건축(청주시), 증평주거복지센터(증평군)가 참여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

충북주거복지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청주시 상당구 수동 사무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맨 뒷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덕수 (주)진천주거복지센터 두꺼비하우징 대표 / 김정미

HAGO의 비전은 조합원들의 소통과 연대, 정직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다. 이를 위해 전문성 확보, 품질경영, 무한책임 정신, 고용창출 및 사회 환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료 집수리 사업과 물품지원 등 사회공헌사업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라면,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전문성을 확보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충북주거복지센터 사회적협동조합 HAGO는 최근 전문적인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등 일반 인테리어 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건축물 내·외장 마감(도배, 장판, 도장, 타일), 싱크대 및 가구, 지붕개량, 보일러 및 난방, 화장실, 조립식건축물, 방수, 건축물 단열과 단열창호 공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최상의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교육이다.

김덕수 이사장은 "11개 조합마다 잘 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틈틈이 시간을 내서 조합원을 위한 기술 이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사회적 가치 창출도 하나 둘 실천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LG소셜펀드 사업에 선정돼 충북도내 11개 시·군에서 1가구씩 집수리를 해줬고, 지난해부터는 충북도교육청과 3년 협약을 맺어 1년에 600만원씩 공부방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려인 최초 정착지로 알려진 카자흐스탄 '우슈토베'를 지난해 방문해 집수리를 하고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출범 2년째인 지난 2015년,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지역선순환경제 우수협동조합으로 HAGO를 선정했다. 협동조합 운영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김덕수 이사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지역에서 주거복지기본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역 조합 11곳 가운데 5곳이 이미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는데요, 10년 이상 지역을 바탕으로 활동한 자활기업들이기 때문에 자치단체와 연계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례가 제정되면 누구보다 주거복지 사각지대 대상자를 잘 발굴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열한개 조합의 한 걸음은 신뢰로, 또 한 걸음은 품질로, 또 한 걸음 착한 환원으로 이어지면서 충북주거복지센터 사회적협동조합 HAGO는 '함께하는 실천'이 어떻게 '함께 빛나는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사업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