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에 손님 줄어든 노래방 간판·조명만 요란

사진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미투운동(#MeToo)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술자리 문화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논란까지 더해지는 등 지방 정치권과 행정기관에도 성범죄 피해에 관한 폭로가 잇따르면서 자연스럽게 직장 내 회식자리가 축소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대표적인 술자리 2차 장소 중 하나인 노래방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고 있다. 배우 조민기 등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로부터 밀폐된 공간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사례가 쏟아지면서 노래방이 성범죄 장소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청주시 흥덕구 하복대동 상가 밀집지역 곳곳에는 20여 개 노래방의 화려한 간판 불이 무색하게 빈 방이 남아 돌고 있다.

노래방을 찾는 손님들의 행태도 달라졌다. 남·녀 일행이 함께 찾는 경우는 드물어 졌다. 남성들만 몰려 오거나, 여성들 끼리만 오는 모습이 부쩍 늘었다. 괜스레 오해를 사거나, 성추행 시비 등 불편한 일을 아예 차단하자는 것이 속 편한 세상이 됐다는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남남, 여여 '따로노는 문화'가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 곳에서 10년 넘게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모(53)씨는 "뉴스를 보면 전부 '미투운동'에 대한 얘기밖에 안나온다"며 "날이 풀리는 매년 이맘때면 한창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요즘에는 평소에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즘에는 노래방에 대한 사람들의 곱지 않은 인식때문에 장사가 안돼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같은지역 또 다른 노래방 업주 이모(45·여)씨도 "오후 10시 이후에 노래방을 찾는 사람들이 확실히 줄었다"며 "요새는 오히려 주말 낮 시간대에 술을 마시지 않고 방문하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미투운동의 여파로 직장인들의 술자리 모습도 절주나 동성 위주의 모임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술자리 1·1·9문화'(1가지 술로 1차만 하고 9시전에 마친다)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특히 술자리 1·1·9문화에서 기존 '1가지 술'은 '1병만'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추세다.

직장인 최모(54·여)씨는 "요즘엔 1차 자리에서 1병만 마시는 술문화가 대세"라며 "친목도모를 명분으로 2차, 3차 자리로 이동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30)씨도 "주로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술자리 모임을 갖는다"면서 "직장내에서도 과거 자신이 가해자는 아니었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경우가 많아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불상사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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