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 중부매일 DB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어제 열기로 했던 출판기념회를 전격 취소한 것은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판단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선언한 교육감^시장 후보들이 출판기념회(북콘서트)를 여는 것은 다목적 포석 때문이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논란의 소지가 많았다. 초청장에 '선거법상 공무원 등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는 문구가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쟁후보인 황신모 청주대 전총장이 SNS에 "공무원들의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공격한 것은 당연하다. 만약 강행했다면 더 심한 역풍에 시달렸을 것이다.

본격적인 선거의 계절이 시작되기 전에 열리는 출판기념회는 자치단체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들에게 통과의례(通過儀禮)가 됐다. 출판기념회는 정치철학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의미도 담고 있지만 세를 과시할 수도 있고 선거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얼굴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인 정치신인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다. 선거출정식의 역할도 한다. 이에따라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지난 2월 하순부터 3월 초순까지 출판기념회가 줄을 이었다. 웬만큼 사회활동 하는 사람들은 경조사 보다 출판기념회를 더 많이 찾아가야 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현직 단체장이라고해서 예외는 아니다. 김 교육감은 행사를 취소했지만 조희연 서울교육감, 김지철 충남교육감, 박종훈 경남교육감 등은 출판 기념회를 했다. 하지만 당선이 유력시 되는 현직 자치단체장이 출판기념회를 하면 공무원들은 물론 유관 기관·단체장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김 교육감이 초청장에 '공무원이 참석해도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식의 문구를 삽입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현직 교육감에게 이런 초대장을 받고도 출판기념회를 가지 않는 간 큰 공무원은 드물 것이다.

출판기념회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좀 더 투명하고 의미 있게 해야 폐해를 막을 수 있다. 정작 '책'은 둘러리이고 사전선거운동과 선거를 치르기 위해 목돈 챙기기 위한 것이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그나마 본선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면서 오랫동안 쌓아올린 이미지가 추락한 후보도 한둘이 아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4년 전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책을 정가 판매하고 수입과 지출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는 국회의원 윤리실천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의원들이 외면해 폐기됐다.

하지만 굳이 제도에 연연할 것이 없다. 출판기념회 근본 취지에 맞게 하면 된다. 내외귀빈 인사말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자신의 정치적 또는 교육적 소신과 비전을 제시하고 책을 팔되 정확하게 책값만 받고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출판기념회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김 교육감은 자신의 저서를 서점 등 도서유통망을 통해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아예 출판기념회를 갖지 않는다고 한다. 출판기념회가 더 이상 논란을 빚지 않으려면 현직단체장부터 올바른 선례는 남기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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