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최동일 부국장겸 정치부장

봄비 내리는 청주의 한 캠퍼스 / 중부매일 DB

얼마전에 이어 지난 밤 봄을 재촉하는 반가운 비가 충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내렸다. 며칠사이를 두고 이어진 비와 눈으로 겨울동안 메말랐던 대지가 제법 촉촉해졌다. 올들어 비 다운 비는 커녕 흙냄새 나는 흙비조차 구경하기 어려웠던 만큼 물 걱정을 안할 정도의 흡족한 양은 아니어도 그야말로 가뭄끝 단비였다. 이번 비가 내리기 전만해도 비상급수를 받아 설 명절을 지낸 산간마을이 있을 정도로 전국 곳곳에서 가뭄으로 인한 피해와 불편이 적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이번 비는 봄을 맞이하는 고마운 비가 됐다.

이번 봄비처럼, 큰 가뭄에 비를 부르는 구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대한망운예(大旱望雲霓)라는 말이 있다. 목마르게 기다린다, 몹시 갈망한다는 뜻의 이말은 목적하는 것을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을 표현할 때도 많이 쓰인다. 봄을 앞둔 농부들이 비를 기다리듯이, 100일도 남지 않은 6·13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기다리는 선량(選良)들의 마음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한망운예'라는 이 말도 민의(民意)를 거스른 지도자에 대한 경구(警句)에서 비롯된 만큼 표심을 원하는 선량이라면 가뭄끝에 비를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처럼, 표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민심을 챙겨야 할 것이다.

비 얘기, 그것도 때를 맞춰 내리는 단비와 관련된 얘기에 적절한 시기에 오는 좋은 비를 지칭하는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이라는 말이 빠지면 안될 일이다. 중국 당나라때 시인 두보(杜甫)의 명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첫 구절로 이 글귀는 시 제목을 대신할 정도로 알려져 있다. '춘야희우'라는 제목처럼 이 시의 호우시절은 새봄을 맞는 때를 말하는데 밤새 내린 봄비가 만들어낸 정취와 풍경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호우지시절'을 줄인 호우시절이란 말도 유명한데 지난 2009년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제목으로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춘야희우'의 고향인 중국 청두(成都)를 배경으로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서는 아련한 회상과 현재의 사랑을 연결시키는 소재로 봄비가 등장한다.

우리지역의 대표를 뽑아야 하는 6·13 지방선거를 앞둔 민심은 겨우내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논바닥처럼 메마르고 황량하기만 하다. 정치적 셈법 때문에 선거의 기본 틀인 선거구 획정조차 제때 하지못해 불편과 혼란을 주는 정치권의 구태(舊態)도 그렇고, '그 밥에 그 나물'인 출마자들의 면면도 그렇고, 정책대결의 싹 대신 벌써부터 흠집내기와 비방전이 예견되는 선거판 분위기도 그렇고, 어디 하나 관심과 애정을 주기 힘든 답답함속에 거친 삭풍(朔風)만 부는 형국이다. 더구나 이런 가운데 전해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과 이어지는 정치권의 '미투'는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보다도 더 우리의 마음을 거칠고 강마르게 만들고 있다.

최동일 부국장겸 정치부장

도대체 언제쯤이나 이 가뭄의 끝이 올까. 기다림에 지친 우리네 민심이야말로 '큰 가뭄에 비를 부르는 구름과 무지개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인용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두보의 시에는 턱도 없겠지만 선거를 대하는 민초들의 마음에 '호우시절'이 떠오르게 할 수 있는 시원한 빗줄기가 지금이라도 쏟아지기를 기원해 본다. 가뭄 끝에 내리는 비가 더 달고, 땅을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갈수록 간절해짐은 지금의 가뭄이 너무 버겁다는 의미이자 가뭄의 끝이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믿어볼 터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