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지난해 9월 문장대온천개발저지대책위 발족 기자회견 모습. / 중부매일 DB

속리산은 화강암의 기봉(奇峰)과 울창한 산림으로 뒤덮여 있어 한국팔경 가운데 하나에 속하는 명산이다. 설악산, 월출산, 계룡산 등과 함께 남한을 대표하는 암산이다. 특히 기암괴석들은 지리산에서 출발해 덕유산을 지나온 육산 또는 토산의 백두대간 산줄기가 속리산에 이르러 석산으로 얼굴을 바꿔 솟구쳐 오른 것이다. 하늘을 향해 돌출된 곳이 바로 문장대다. 세조대왕과 문무시종이 이곳에서 시를 읊었다는데서 연유된 문장대는 해발고도 1,054m에 위치한 속리산의 석대로 경관도 좋지만 흰 구름과 맞닿은 듯 한 전망 역시 장관이다. 특히, 3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그런데 이곳 인근에 온천이 들어선다고 한다. '문장대 온천'이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속리산 하면 충북 보은군에 속해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괴산군과 경북 상주군도 걸쳐있다. 특히 문장대는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에 자리 잡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 나병에 특효가 있는 온천이 발견됐다. 하지만 전국각지의 나병환자들이 모여들자 주민들이 탕원을 메워버리는 바람에 오랜 세월 잊혀졌다. 그러다가 1980년대초 탕원이 발견돼 온천개발이 시작됐으나 수온이 23℃ 내외로 낮고, 온수량도 적어 개발이 중단됐다가 더 깊은 온천수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되면서 수온이 25∼28℃로 상승되었고, 온수량도 많아지자 경북 상주시 문장대 온천관광휴양지 개발 지주조합이 결성돼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그러나 조합측의 온천지구 개발은 늘 벽에 부딪쳤다. 충북의 반대 때문이다. 2003년, 2009년 두 차례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이 충북의 손을 들어줘 종결되는 듯 했다. 무산된 이유는 하나다. 환경오염이 예상 밖으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합측은 지난 2015년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 상주는 문장대 온천개발을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관광수요 창출과 세수확대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지방선거 때마다 온천 조기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들이 많았다. 예전 모 상주시장은 "온천수라는 금덩이를 현금화해야 한다"말까지 했다. 상주시가 주민소득 증대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관광휴양지를 개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가 잘살기 위해 이웃에 고통을 준다면 얘긴 다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물론 조합측은 예전에 비해 향상된 온천수 처리공법 도입으로 수질오염 저감방안을 제시하긴 했지만 대형 온천장과 스파랜드가 들어서는 온천지구가 가동되면 청정하천 괴산 신월천은 더 이상 1급수를 유지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청정괴산'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무연탄층 지질인 신월천 지역 간이상수도와 지하수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온천수 불소함유량도 수질기준치를 6배 이상 초과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개발 이익은 경북이 얻고 환경 피해는 충북, 서울, 경기 등 한강수계 지역이 본다"는 말이 나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난개발로 명산 속리산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도 걱정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대법원 판결로 무산됐을 것이다. 문장대 온천개발은 헛된 꿈이다. 소모적인 법정싸움을 막고 문장대 주변 경관을 지키려면 이번만큼은 환경부가 쇄기를 박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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