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 청주시 상당구선거관리위원회 회의실에서 청주시장 출마 예정자들이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 신동빈

6.13지방선거가 100일도 안 남았다. 출근시간 주요 사거리에는 벌써 부터 특정후보들이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에 나서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사실상 지방선거전이 본격화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각종 의혹들이 제기돼 혼탁한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여성당직자 특혜공천 및 불륜 의혹이 제기됐다. 구본영 충남 천안시장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체육회 직원 채용 지시 등의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우건도 충주시장 예비후보의 미투 폭로 글이 민주당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실렸다. 선거의 계절에 이 같은 지저분한 이슈가 쏟아지면서 유권자들은 혼란스럽다. 불륜의혹은 본인의 양식과 판단 따라 출마여부를 결정짓겠지만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성추행의혹은 검경에서 사실관계를 빠른 시일 내에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예전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흑색선전과 네거티브 공작은 흔히 일어났다. 풀뿌리민주주의가 성년이 됐으면 정치문화도 성숙해지고 선거풍토도 개선돼야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박수현 예비후보는 불륜의혹에 대해 부정청탁을 거절당한 쪽의 보복성 허위사실 유포라고 응수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박수현 예비후보의 자진사퇴를 권유키로 했다. 당사자의 판단에 달려있지만 본선에 가더라도 불륜의혹 때문에 충남지사 선거전은 진흙탕싸움 양상으로 갈 수 있다. 당연히 정책선거의 실종이 우려된다. 천안시장 선거전은 2천500만원의 정치자금 수수의혹으로 재선을 준비하고 있는 구본영 시장과 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간 난타전이 전개되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돈이 든 밀폐된 종이가방'을 주었다는 김 전부회장과 이를 그대로 돌려줬다는 구 시장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건도 충주시장 예비후보 성추행의혹 글은 파문이 확산되자 지난 6일 작성자에 의해 모두 삭제됐다. 만약 사실이라면 의혹만 증폭시키지 말고 용기 있게 나서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를 끌어내리기 위한 흑색선전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몰랐던 후보들의 뒷모습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사례는 흔하다. 언론과 상대후보의 검증이 아니더라도 공인이라면 과거의 잘못이 영원히 묻히긴 힘들다. 미투운동과 시기적으로 겹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해자의 폭로에 의해 추잡한 과거가 드러나면서 한순간에 몰락하거나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유력 정치인들이 많다. 이런 검증과정들이 도덕성과 능력을 갖춘 후보자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거짓된 방법으로 특정후보를 곤경에 빠트린다면 나중에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경쟁은 사라지고 흑색선거가 판을 치게 된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선거판은 더욱 혼탁해질 가능성이 있다. 검경은 고의적으로 선거문화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면면을 입체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게 나중에 비윤리적이거나 무능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게 상처받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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