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의 계책과 힘을 모으다

群 策 群 力

[무리 군] [책략 책] [무리 군] [힘 력]

많은 사람의 계책과 힘을 모으다

요즘 신문을 보면 마치 치열한 장기 한 판을 보는 듯하다.

漢·楚(한·초) 劉邦(劉邦)과 項羽(항우)의 전쟁을 놀이로 승화한 것이 장기라 하니, 장기는 어쩌면 거대한 정치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치고 받고. 내가 옳다! 아니다, 네가 틀렸다. 'me too'! 남녀 사이에 벌어진 더러운 성추행과 성폭행에 관한 폭로로 점철되고 있는 昨今(작금)의 세태는 정말 기성세대로서 젊은이들에게 도저히 낯을 들 수 없게 만든다. 급기야 유력한 대권주자가 정치판을 떠나겠다고 선언했고, 대학교수로 재직했던 한 연기자는 자신의 추한 낯을 죽음으로 가리려 했으며, 한국문단을 이끌어온 거목이 쓸쓸하게 권위를 내동댕이쳤다. 가슴이 아프다. 우리사회 저변에 숨어있던 추악한 면면이 도도히 흐르던 강물이 줄자 강바닥 돌이 드러나는 것처럼 확연해졌다.

그러나 '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자칫 醜惡(추악)을 들춰내 망신을 주고, 그간의 찬란한 성취를 똥구덩이에 내던지는 것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는 남녀 서로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 변혁운동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 우리 후손들이 대한민국에서 행복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러한 변혁에는 너와 나의 구분이 없으며, 남과 여의 분립도 없어야 한다. 모두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명징하게 인식하고, 처신에 남다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 길뿐이다. 『楚漢志(초한지)』에 '群策群力'이라는 고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秦朝(진조) 末年(말년), 楚王(초왕) 項羽가 漢王(한왕) 유방에게 패했다. 그가 죽기 전에 이는 하늘의 뜻이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였다. 漢朝(한조)의 揚雄(양웅)이 項羽의 말이 틀렸다고 여겼다. 揚雄이 楚?漢의 전쟁에서 楚가 패한 원인을 "劉邦은 '여러 사람의 책략(群策)'과 '여러 사람의 역량(群力)'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여 최후에 垓下(해하)에서 項羽의 楚軍(초군)을 철저하게 격파할 수 있었으나, 項羽는 자신의 용맹함만 믿고 자신의 고집만 내세우면서, 문신과 무장들의 충고를 들으려고 하지 않아 좋은 기회들을 놓쳐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고 가까운 이들이 떠나가 四面楚歌(사면초가)의 신세가 되어 최후에는 스스로 목을 베고 죽었다"라고 분석하였다.

배득렬 교수

우리는 '촛불' 시민혁명을 겪었다. 민중의 힘이 하나로 뭉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경험한 바 있다. 三人成虎(삼인성호: 몇 사람이 마음을 먹으면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라 하지 않았던가! 뜻을 모으자! 그리고 그 뜻이 해이해지지 않게 마음을 다잡자. 그러면 앞으로 우리사회는 보다 건전하고 행복한,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는 광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me too'를 통해 나 자신부터 냉정하게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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