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경제] 9. 유기농 영농조합법인 '하늘 농부'

하늘농부 직원들이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정미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지역주민이 지역자원을 활용해 수익사업을 펼치는 마을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농가소득 증대, 공동체 활성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충북에만 80개 마을기업이 공동체의 이익을 도모하며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부가 편성한 마을기업 육성사업비 규모는 141억원. 충북의 마을기업 관련 예산은 7억2천만원 수준이다. 충북지역 마을기업들은 지난 2014년 '충북마을기업협의회'를 결성해 마을기업 활성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늘농부 유기농 영농조합법인 조철호 대표가 현재 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조 회장으로부터 마을기업 하늘농부 이야기와 충북마을기업협의회 활성화 포부를 들어봤다. / 편집자
 


◆ 얼굴 있는 농부의 먹거리 나누기

하늘농부 유기농 영농조합법인(이하 하늘농부)의 기업 가치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자연농업과 생명농업. 조철호 대표는 "하늘의 뜻에 따라 자연의 흐름을 덜 거스르며 농사를 지어야 땅도 살리고 밥상도 살리고 우리 이웃도 살릴 수 있다"며 하늘농부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조 대표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하늘농부는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영농조합법인이다. 오랜 기간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민들이 2004년 자발적으로 모여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 2013년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마을기업 지정을 받았다. 충북도내 마을기업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조철호 대표를 포함한 임원이 7명, 직원 11명, 청주, 괴산, 진천에서 유기농산물을 공급하는 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나누는 것이 마을기업 설립 배경이라고 할 만큼 법인에 참여하는 생산농가들은 아이들도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지향한다.

퇴비, 액비 한방영양제, 효소 등을 직접 만들어 농사에 이용하고 친환경 농산물만 생산하고 취급하기 때문에 일반 관행농산물과의 혼입 위험성이 없는 것도 하늘농부만의 자랑이다. 조철호 회장은 계획생산과 계약재배, 지속적인 생산지도가 하늘농부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고 자부했다.

하늘농부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대부분 친환경공급업체를 통해 납품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올가홀푸드, 청주시 친환경농산물 유통센터, 우리농촌살리기 공동네트워크, 사회적기업 가톨릭농민회, 청주지역 급식업체다.

또 다른 판로는 친환경 꾸러미인데 마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무농약 채소와 방사유정란, 두부, 콩나물, 우리밀제품 등 필수 먹을거리를 월 2회 혹은 월 4회 목요일에 받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 대표는 하늘농부의 친환경 꾸러미를 '얼굴 있는 농부들과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의 먹을거리 나누기'라고 소개했다. 올해 하늘농부는 참기름, 들기름 생산에서 범위를 넓혀 유기농 채소 음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사회적경제 제품 개발비 지원을 받아 위탁 가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민들이 마음 편하게 농사를 지으려면 책임소비가 이뤄져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새로운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하늘농부는 지난 2015년 전국 우수마을기업, 2016년 충북 모범 마을기업에 선정됐으며 곧이어 농촌 융복합사업자 인증, 6차산업 인증을 받았다.
 
 
◆ 더 많은 농부가 땅과 이웃 살렸으면

하늘농부의 성장은 친환경 농업에 종사하는 농부의 증가를 불러왔다. 친환경농산물의 판로가 확보돼 있기 때문에 농부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됐다.

계절에 따라 시장상황에 따라 채소값이 널뛰기를 하기도 하지만 하늘농부의 친환경 꾸러미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친환경농산물은 생산 비용이 더 들어가고 무농약, 유기농을 하면서 친환경 제재만 사용하기 때문에 평균 20~30% 정도 가격이 비쌉니다. 하지만 채소값이 폭등해도 덩달아 오르는 경우는 드물죠. 소비자들이 농사지은 사람들의 수고로움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건강한 밥상을 선물하는 농부들을 살리리면 소비자들이 호응해줘야 합니다."

하늘농부는 고령화된 소농중심의 농촌 마을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적은 규모지만 친환경인증을 받은 땅에서 농사지은 나이 많은 소농들의 농산물을 수매해주기 때문이다.

조철호 회장은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이 그렇듯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활동하는 경제주체라면 사람을 위한 경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이웃을 위해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2명의 직원이 2.5명의 일을 하고 있다면 기꺼이 3명을 채용해야 한다는 것이 조철호 회장의 생각이다.

나눔은 이윤과 물품을 나누며 실천했다. 한부모 가족, 독거노인, 재활시설에 지속적으로 물품을 기부하고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지역의 사회적경제협의회 소속 단체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며 이웃돕기를 위해 소매를 걷어 올렸다.

올해 조철호 회장은 어느 해보다 분주한 1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4년 출범한 충북마을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임기 내 조직 규모를 확대하고 내실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청북도 지역공동체과 마을공동체팀을 비롯해 중간지원조직인 충북기업진흥원과도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80개가 넘는 충북도내 마을기업 가운데 50%에 달하는 40개 마을기업을 협의회 회원으로 유치하는 것이다. 그만큼 조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고 발품도 팔아야 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고 했던가. 하늘농부의 시작이 그랬듯 조철호 회장은 공동체를 살리려는 뜻이 더해지면 충북마을기업협의회의 내일도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갈 길은 멀지만 조 회장의 일이, 또 그 길이 외로워보이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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