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차관이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영주(왼쪽부터) 고용노동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2018.03.15. / 뉴시스

고용위기가 우리사회를 짓누르면서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의 방황도 길어지고 있다. 2월 전년대비 취업자 증가폭은 10만 명을 간신히 넘었다. 2월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3만5천명 감소)이후 최저수준이다. 매년 최소 30만 명 정도는 취업자가 늘어야 고용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만 취업자는 30% 안팎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청와대에 일자리대책 상황판까지 설치하며 고삐를 당겼지만 고용시장은 더욱 냉각되고 있다. 15일 정부가 '청년일자리대책 보고회'에서 재난 수준의 청년고용위기 극복에 나선 것은 고용상황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일자리대책의 핵심은 재정투입이었다. 이 때문에 청년 실업을 극복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퍼주기'라는 비판에 더 무게가 실린다. 그래서 이번 정부 대책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임시처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대책의 열쇠는 고용지원금이다. 앞으로 3∼4년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34세 이하 청년에게 실질소득 1천만 원 이상을 지원해 대기업과 임금 격차를 줄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평균 2천500만 원인 중소기업의 연봉을 대기업 수준인 평균 3천8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특단의 대책으로 구직을 원하는 청년들을 중소기업 20만개 일자리로 이끌면서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21년까지 18만∼22만 명의 추가고용을 창출해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난에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 39만 명의 노동시장 진입이 겹치면서 예고된 재난을 막고 청년실업률을 8% 이하로 떨어뜨린다는 게 목표다. 정부가 2조2천억 원의 혈세를 투입하면서까지 재정지원에 나서는 것은 에코세대 39만명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실업자가 14만명 늘고, 청년실업률이 12%까지 뛰는 등 재앙 수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임금지원이라는 영양주사가 청년들을 중소기업으로 유인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일시적인 대책을 앞세워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비슷한 전례도 있다. 지난해 정부는 실업대란을 막는다며 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로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해 1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막상 만들어진 직접 일자리는 6만7천개(추경호 자유한국당의원실 자료)에 그쳤다. 그나마 절반인 3만개는 청년실업난과는 거리가 먼 노년층 단기일자리였다. 이번 대책도 문 대통령 임기내 청년실업률만 반짝 낮추는 단기처방이 될 가능성이 있다.

청년실업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노동개혁부터 나서야 한다. 청년들이 일본과 달리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것은 대기업노조가 중소기업 노조와 이익을 공유하지 않고 독점해 임금격차가 큰 폭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을 혁파하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철폐하고 현실에 뒤떨어진 교육시스템도 칼을 대야 한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등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정책도 일자리 정책의 효과를 막고 있다. 국가적 난제가 된 치솟는 청년실업률을 재정투입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환골탈태한다는 각오로 노동정책등 민감한 분야부터 전 방위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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