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공무원 학원에서 소방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자습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전국 자치단체의 2018년도 지방공무원 신규 충원계획에 따라, 총 25,692명의 지방직 공무원을 신규채용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소방직은 2017년보다 2,025명 늘어난 5,258명을 선발하며, 최근 대규모 화재가 발생함에 따라 법정 소방인력 확보율이 낮은 충북, 전북, 경남 등은 현장소방인력을 대폭 충원할 예정이다. 2018.02.19. /뉴시스

고액연봉과 직업 안정성으로 '신(神)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이 올해 2만8천명 이상을 새로 채용키로 했다. 채용 규모는 애초 밝힌 것보다 약 5천 명 정도 늘어났다. 이처럼 신규채용을 확대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일자리창출을 위한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된 직원 226명을 직권 면직했다. 이에 앞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에 나서 억울한 탈락자 8명을 올 하반기에 구제한다. 신규채용의 확대, 대규모 직권면직,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등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청년실업률이 치솟고 있으나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다는 점과 오랫동안 관행처럼 빚어졌던 공공기관·공기업의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채용시스템으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합동채용은 67개 기관이 참여하고 인원도 3만 명에 육박해 공공기관 채용시장이 아연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한시적으로 정원을 자율 조정하도록 허용하고 기존 재직자의 명예퇴직을 활성화해 올해 채용 규모를 이처럼 확대하기로 했다. 공무원 증원에 이어 공공기관도 정원을 늘리는 것은 청년실업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일자리 현황판까지 꼼꼼히 챙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역점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규모 신규 채용과정에서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정치권의 채용청탁은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단순히 기우(杞憂)라고 할 수가 없을 만큼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작년 10월부터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5년간의 채용 과정에 대한 범정부적 전수조사를 마친 결과 1천190개 공공기관 중 무려 4천788건의 지적사항이 드러났다. 이는 전체 공공기관 중 94%가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미다. 이 정도면 채용비리의 온상이라고 할만하다.

특히 강원랜드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 상반기 사이에 채용된 518명 중 493명이 부정 청탁에 의해 입사했다는 의혹이 나왔고, 이 과정에서 전 정권의 유력 국회의원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작년 10월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 강원랜드 채용 비리를 수사하던 현직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국회 법사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과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 등에게서 사건을 축소하기 위한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 파문이 일기도 했다. 정부가 무려 226명의 직권면직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채용비리의 악습을 끊어내기 위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만 갖고 채용비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강원랜드를 떠나게 된 직원들은 점수조작으로 채용됐다. 정치권의 검은손이 개입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입사를 위해 열정을 쏟아 부은 청년인재들이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채용기관은 외압을 차단하고 정치권은 채용청탁을 뿌리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원랜드 노조와 정부간에 소송전으로 비화된 수백명의 직면면직사태는 언제든 재연(再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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