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삼길포항 전경 / 중부매일 DB

새봄을 맞이하여 가교문학(김종순 회장)이 주관하는 서산 삼길포항(三吉浦港) 문학기행에 참여했다. 꽃샘추위가 가끔씩 심술을 부릴 때 야외로 나가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바다와 산, 들판 등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삼길포는 오지게 춥던 지난겨울을 벗어나는 멋진 나들이다. 최유식 사무총장 사회로 50여명의 문인들이 첫 봄맞이 행사에 흥겨워했다. 이번 문학기행에는 가교문학, 천지 시낭송회, 시가 흐르는 서울 회원들과 인사동 예술가들은 채선정 낭송위원장, 박노미 사무국장이 주선하여 많이 참석을 했다.

삼길포항에 도착하니 어촌의 삶이 싱싱하게 살아있다. 우리 일행은 항구 뒤편 서산 9경 중 하나인 해발 200m 국사봉으로 트레킹을 했다. 국사봉에 올라 서해 바다를 바라보니 남해안의 섬들 같이 여러 개의 섬들이 내려다보이고 주변경관이 아름다웠다. 그런데 가교문학 김종순 회장과 이문희 부회장이 오르막 걷기가 불편한 문인들의 손을 잡고 올라서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학창시절 교과서에 수록된 당진의 심훈기념관 필경사(筆耕舍)를 갔다. 기념관 뜰에 들어서니 '그날이 오면' 시비(詩碑)가 서있어 반가웠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중략) /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심대섭은 시를 통하여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노래했다.

소설가 심대섭은 일제 강점기 민족의식과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을 지닌 당대의 지식인으로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기자생활을 했다. 심훈은 80여 년 전 이곳에서 농촌 계몽소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상록수'를 집필하여 동아일보에 연재했다. 심대섭은 농촌 부흥을 위하여 노력하였고, 소설 상록수의 채영신과 박동혁을 통하여 농촌계몽운동을 전개했다.

기념관 마당의 시비는 20여 년 전 한국문인협회가 세운 것으로 그날이 오면 시비를 보면 생전의 심훈 선생 음성을 듣는 듯하다. 문화관 뜰에 서면 아산만의 물결과 서해대교가 한눈에 잡힌다. 필경사 뒤로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바람이 불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낸다. 긴 겨울을 보내고 새봄을 맞이하여 문화 활동은 즐거움과 함께 삶의 활기를 얻게 한다. 가교문학 회원들과 인사동 예술가들의 문학기행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행 중 필자가 논설위원으로 기고하는 온라인 뉴스 'S 신문' 박광옥 대표를 만나서 SNS시대 인터넷 뉴스의 위력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삼길포항 국사봉에서 서해 바다를 바라보니 창작 의욕을 높이고, 심대섭 선생의 기념관을 방문하여 농촌 사랑과 나라사랑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 소크라테스는 '조국은 어머니보다도 아버지보다도 또 그 밖의 모든 조상들보다도 더욱 귀하고 더욱 숭고하고 더욱 신성한 것이다.'라고 했다. 나라가 없으면 아무 것도 없고 난민(難民)이 된다. 우리는 임진왜란이라는 처참한 전쟁과 35년이라는 일제 강점기를 잊으면 안 되고, 3월은 독립운동으로 숨져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모두 독립된 나라로 세계 10위권 경제 국가를 유지하며, 5천년 역사를 이어져 온 것에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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