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 방역대원들이 AI가 검출된 음성의 한 오리농가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신동빈

충남 아산 산란계 농장에서 검출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확진됐다. 충북 음성에서도 한동안 주춤하던 AI가 지난 13일 잇달아 4건이 추가 발생하는 등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충청권에 AI가 잊을 만 하면 등장해 닭·오리 등 가금류 농장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비상이 걸렸다. AI가 발생하면 방역 조치를 위한 대규모 살 처분으로 농가 및 기업의 피해가 잇따르고 지자체도 보상금 등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가축 전염병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지만 AI가 잠잠해지면 잊혀 진다. 이때문에 해당 지자체의 방역체계도, 예방대책도 겉돌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충남에선 지난달 8일 천안 산란계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37일 만인 지난 17일 아산 둔포면 한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H5N6형 AI 바이러스가 확인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계분이 농사철 거름으로 유용하게 쓰이는 만큼 방역대가 해제되면서 경기도에서 쌓아놨던 계분이 쏟아져 나와 간접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철새가 북상하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AI 발생 원인은 최종 역학조사 결과를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19일 오후 7시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모든 가금농가에 대해 48시간 동안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음성군도 발생농장 중심으로 3km내 오리 9640수와 메추리 3만2000수를 살 처분한 뒤 잠복 기간인 21일 동안 10㎞내 29개 농장의 닭과 오리 등 143만7000수에 대해 4~5일 간격으로 예찰과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음성은 2016년 11월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58농가의 가금류 277만여 수를 살 처분하는 큰 피해를 본적이 있어 이번에 AI를 잡지 못하면 재정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시 유발되는 직·간접적 기회손실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은 AI 발생 시 유발되는 직·간접적 기회손실 비용이 최소 약 4천920억 원에서 최대 약 1조 4천7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바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농가 및 기업의 1차적 피해와 재정지출은 물론 관련 산업의 전후방산업연관 효과를 통해 기회비용이 발생하며, 해당 식료품에 대한 가계의 소비심리를 약화시키는 등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과정에서 살 처분 보상금을 분담해야 하는 지자체도 재정부담에 시달린다. 그동안 가축전염병은 사전에 막을 수 있거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지만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피해농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자세 그리고 모럴해저드 때문에 피해를 키운 사례가 많았다.

AI 피해를 막기 위해선 조기 경보시스템 도입, 농가에 대한 철저한 조류인플루엔자 홍보, 공공과 민간 부문의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협업 시스템 강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살 처분, 오염물질 처리 등의 과정에서 토양, 지하수, 상수도 등으로의 2차 오염 방지에 나서야 한다. 지자체가 이번기회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AI는 언제든 창궐(猖獗)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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