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변호사·공증인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일이 90일 앞으로 다가온 15일 오후 수원 영통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03.15. / 뉴시스

지난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 우리 관중들의 열정적 응원문화가 도마에 올랐던 적이 있다. 몇몇 선수들이 관중들의 너무나 큰 응원소리에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하소연 했다. 그렇다고 관중이나 그들의 응원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그것이 없는 스포츠는 존재 이유가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선수들은 관중들의 큰 응원소리에 더 큰 힘을 받아 좋은 결과는 냈다고 한다. 결국 응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관중들이 어떠한 식으로 응원을 펼치고, 그것을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를 하냐가 관건인 것이다.

지난 해 촛불집회와 탄핵에서처럼, 정치는 때론 시민들에게 감동과 환희를 선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의 제도권 정치는 시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은커녕 최소한으로라도 긍정적으로 보이기조차 어렵다. 언론을 통하여 매일 접하는 고위공직자들의 뇌물과 부정부패, 국회에서의 여야의원들의 당리당략에 따른 설전과 몸싸움, 정당대표나 의원들의 상식 이하의 막말과 억지, 최근 미투운동으로 폭로되는 정치인들의 성범죄 등을 보며, 시민들은 시정잡배들 같은 정치인들의 정치 비스무리한 것에 혀를 찬다. 현실의 정치 정치인 정당 '때문에' 세상은 더 나빠지거나 덜 좋아진다고 시민들은 불평한다.

그러한 불만과 분노의 근원인 정치 자체를 없애버리면 어떨까? 다소 황당한 물음이지만, 가장 급진적 정치사상가이었던 고대 플라톤과 19세기 마르크스는 그런 세상을 꿈꿨다. 플라톤은 모든 사람들이 철저한 위계질서내에 고정 지워지고 완벽한 철인왕만이 정치를 수행하는 세상을 도모했다. 그와 정반대로 마르크스는 모든 사람들이 완벽히 평등해 일체의 갈등이 없어져 정치가 필요 없고 오직 관리만 존재하는 세상을 도모했다. 그러나 현실 정치 정치인 정당이 사라진 결과는 모두 다 알다시피, 현실보다 못한 참혹한 독재뿐이었다. 그들처럼 정치 자체를 없애버리지 않고, 다만 우리가 그것에 관심자체를 갖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치의 힘과 그것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을 대폭 줄이는 것을 어떨까? 정치는 물리 세계나 사회경제 부문과 다른 독특함이 있다. 물리 세계에서는 힘센 사람이, 사회경제 분야에서는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일방적으로 이긴다. 그러나 정치는 물리적 혹은 사회경제적 약자도 강자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1표의 권리를 가졌다. 1주먹 1표, 1원 1표가 아닌 1인 1표에 근거한 정치 '덕분에' 약자들도 그나마 살 수 있는 것이고 세상의 불공정과 부정의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변혁이 아닌 일상의 정치는 필자에게도 역시 대부분 역겨움의 연속이다. 그러나 최근에 일상의 정치에 감동을 받고 찬사를 보내고픈 장면이 2개 있었다. 하나는 새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과 참모들이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장면이었다. 너무나 사소하고 당연한 모습이지만, 그러나 최순실과 비선참모들과 함께 음험한 청와대 구중궁궐 같은 곳에서 국정을 논하던 이전 정권의 모습과 대비하여 감동으로 다가왔다. 또 하나는 정책적인 것이다. 무한 치킨게임으로만 흐르던 북미, 남북관계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급반전시킨 만든 새 정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물론 그 사이에 또 다른 쪽에서의 일상의 정치에서는 역겨움이 여전하기도 했다. 그들은 여전히 막말과 억지, 패권 유지, 당리당략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악전고투 속에서도 감동을 주고 희망을 보여주려는 또 다른 일상의 정치가 있기에 살만한 것이다.

최용현 변호사·공증인

세상이 나빠지거나 좋아지는 것은 총칭(總稱)으로서의 정치 때문에도 아니고 덕분에도 아니다. 나쁜 정치 정치인 정당 때문에 세상은 더 나빠지고, 좋은 정치 정치인 정당 덕분에 세상은 좋아지는 것이다. 시민들이 질 나쁜 정치인과 정당을 퇴출시키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정치인과 정당을 뽑아, 그들로 하여금 좋은 정치를 하도록 하는 것만이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제 그 선택의 시간(6월 지방선거)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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