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밥심'… 전우 사랑 듬뿍 담아 수백명 밥상 책임진다
군대는 '밥심'… 전우 사랑 듬뿍 담아 수백명 밥상 책임진다
  • 연현철 기자
  • 승인 2018.03.19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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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사람들] 9. 육군 37사단 취사병 상병 최명제씨
송기철(왼쪽) 급양담당관을 비롯한 취사병들이 밝은 표정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음식으로 전우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취사병은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음식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16일 오전 5시 증평군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육군 제37향토보병사단에는 깜깜한 어둠을 뚫고 일찍이 내무반을 나서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전우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취사병이다.

졸린 눈을 비빌 새도 없이 취사장으로 모인 장병들은 곧바로 이날의 아침식사 메뉴를 확인하고 재료 손질에 나선다. 막대한 양의 음식 재료들로 가득한 창고와 조리실에서 장병들은 일사불란하게 척척 손발을 맞춘다. 이들 중심에는 후임대원들이 각자 맡은 요리와 재료 손질에 어려움이 없도록 능수능란하게 지휘하는 분대장 최명제(27)상병이 있었다.

"저를 포함한 6명의 대원이 최소 300인분, 평균 450인분의 음식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통하는 동료들과 함께하다보니 어려움도 잊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450명 전우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취사병 최명제 상병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최 상병은 취사병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처음 시행되는 조리분야 부사관에 지원해 군생활을 이어나갈 예정이다./신동빈

취사 업무를 담당하는 최 상병은 식수 인원에 비해 취사 인원이 현저히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취사병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가치관이다. 각자의 노고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것이 군에서는 큰 원동력으로 작용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때 최 상병은 이전에 함께 일하는 취사병들의 휴가 등의 사유로 혼자서 300인분의 음식을 조리한 적도 있었다. 그 당시는 힘들었지만 그러한 경험이 밑거름이 돼 조리 실력을 쌓는데 큰 도움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과거를 회상하며 최 상병은 군인 정신으로는 안되는 일이 없었다고 피력했다.

"저희는 '특급취사병'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늘 저의 옆에서 팔을 걷고 나서는 동료들이 있어 언제나 걱정없이 든든합니다."

최 상병이 근무하는 취사장에는 이원섭(22)·한진성(22) 일병, 안정현(22)·오수빈(22)·박효범(23) 이등병 등 5명의 후임 동료들이 그의 옆을 지키고 있다.

오전 7시, 아침메뉴 조리를 마친 취사병들이 배식을 준비하고 있다./신동빈

분대장을 맡고 있는 최 상병은 음식을 잘 만드는 것 이외에 후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새로운 음식을 만들 때도 이미 마련된 메뉴얼을 참고해 조리할 수 있지만 그는 취사병에게는 경험을 통한 '노하우'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 상병도 이등병 때부터 수 많은 음식들을 만들어 왔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혼자만의 요리 비결을 터득하기도 했다. 이제는 조리의 순서를 바꾸고 급박한 환경속에서도 눈을 감고 냄새만으로 음식의 상태를 판단할 정도로 조리의 베테랑으로 성장했다.

"군에서의 조리는 맛도 중요하지만 식수인원에 맞는 양 조절과 정확한 시간 마감이 중요한 관건입니다.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취사병의 생명은 끝이죠."

최 상병은 박효범 이병과 쌀을 씻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가정에서 쌀을 씻는 모습과는 달리 삽으로 쌀을 휘젓고 뒤집는다. 그는 손으로 작업해서는 시간에 맞게 음식이 나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수백명이 먹을 밥을 조리하는 군 부대 취사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광경이다.

박효범 취사병이 조리삽을 이용해 쌀을 씻고 있다./신동빈

최 상병은 군에 입대하기 전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체험했다고 말했다.

특히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주방에서 칼을 다루는 일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입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생각치도 못한 배움이 군에서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최 상병은 휴가를 나와서도 부모님께 요리를 해드리는 효자이기도 하다. 그는 부대에서 갈고 닦은 음식을 부모님께 맛보여 드리는 것이 군생활 이외에 큰 보람으로 자리잡았다고 자부했다.

"군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그 무언가가 분명히 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눈다는 것이 그 중 하나입니다."

안정현 취사병이 생선묵볶음을 하고 있다./신동빈

오는 7월 병장 만기전역 예정인 최 상병은 전우들과 함께한다는 보람을 이유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는 조리지원 분야에 부사관으로 지원한 것이다. 그는 벌써 1차 필기시험의 합격도장까지 받았다. 최 상병은 부사관이 된다면 한식, 일식, 양식 등 모든 음식 분야의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비록 취사병이 총과 포를 들고 전투에 나서는 동료들과 비교해 큰 빛을 받지는 못하지만 '전우가 먹는 밥에서 군대는 시작된다'는 일념으로 그는 앞으로도 동료를 위해 변함없는 아침을 열 것을 다짐했다.

"저를 비롯한 취사병들은 고생한다는 위로나 격려의 인사를 바라며 일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가 만든 밥을 맛있게 먹어줬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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