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19일 충북도청 기자회견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우건도 충주시장 예비후보가 충북도청 여성 공무원의 성추행 주장을 거듭 반박하고 있다.2018.03.19. / 뉴시스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로 시작된 미투는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가히 초강력 태풍급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우리사회가 성문화에 얼마나 둔감했고 무관심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닥치면서 예상됐던 대로 미투는 정치권에도 쓰나미로 닥치고 있다. 당장 우리지역에서도 민주당 충주시장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우건도 전 충주시장이 자신을 겨냥한 도청 여직원 A씨의 미투폭로 글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번 사건은 A씨가 예비후보가 속한 민주당 충북도당 인터넷홈페이지에 "2005년 6월 우 예비후보가 도청에서 총무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나를 중국음식점으로 불러내 외부인 1명과 함께 '연태고량주'라는 술을 마셨고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성추행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당초 가명으로 글을 올렸지만 사실무근임을 주장하는 우 예비후보가 경찰에 수사의뢰하면서 IP추적을 통해 미투글 게시자가 A씨로 밝혀졌다.

우 예비후보는 즉시 기자회견을 통해 "A씨가 주장한 2005년 6월에는 총무과장이 아니었고 해당 중국음식점과 주류도매상에 확인한 결과, 당시 해당 음식점에서는 '연태고량주'를 아예 판매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A씨가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 예비후보는 더 나아가 A씨의 미투폭로에 대한 배후 의혹까지 제기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후 A씨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005년 7월 25일부터 29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고 자신의 주장을 정정했다.

그러나 우 예비후보는 19일 재차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의 일기장까지 제시하면서 "당시 일정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A씨와 함께 자리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며 A씨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밝혔다. 우 예비후보는 A씨에 대해 민·형사상 강력한 법적처리 방침을 밝히는 등 양측의 진실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런 가운데 충북여성연대는 "우건도 예비후보는 미투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공직후보를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여성인권 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여성단체로서는 당연하다고 판단했을 지 모르지만 신중치 못한 행동이다. 미투글이 사실이라면 우 예비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배사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양측이 진실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쪽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힘을 실어 공직 후보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한 사람의 정치인생은 물론, 도덕적인 가치까지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구철 충북 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미투 확산은 우리사회에 분명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투가 생겨서는 안되지만 이에 대한 역피해자가 발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인권은 모두에게 소중하고 공평해야 한다. 이제 우건도 예비후보를 둘러싼 미투 폭로 사건은 수사를 맡은 경찰에게 모든 공이 넘어갔다. 많은 충주시민들은 큰 관심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이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과도 발표하지 않고있다. 충주시민들은 경찰의 수사에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양측이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를 둘러싼 각종 억측과 소문을 막기 위해서는 오로지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관건이다. 이번 사건은 선거를 앞둔 충주지역 민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찰은 모든 수사력을 총 동원해서라도 조속히 수사결과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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