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사람들이 직장에 나와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캠벨 전 CEO였던 더글러스 코넌트는 사람들이 직장에 나와 일하는 이유를 네 가지로 설명했다. '생계를 해결하고, 직장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사랑받고 싶어 하며, 배우고 성장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가치 있는 일을 해서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이 말에 공감한다. 사회 안에서 먹고 살아 갈 보수가 담보된 궁리를 해야 한다. 성과를 내야하며, 더불어 승진의 기쁨도 맛 봐야 한다. 퇴사를 할 때에는 족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래서 가족과 있는 시간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기도 하다. 성공을 목표로 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크다.

그런데 요즘은 일과 삶의 균형(Work Life Balance)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 그래서 '워라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워라밸은 'Work Life Balance'의 각 단어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치열한 경쟁 보다는 균형 있는 삶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각광받는 단어이다.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취미활동이나 자기계발, 여행이나 휴식을 위한 시간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더불어 소소한 행복을 삶의 가치로 두기도 한다. 불확실한 미래의 막연한 꿈 보다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추구하고, 자신의 주관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이러한 경향은 생계보장이 안전한 직장을 두고 퇴사를 감행하기도 한다. 얼마 전 독서회 모임에 초대해 만나게 된 '퇴사학교' 저자도 대기업을 퇴사하고 자기가 원하는 일, 새로운 배움을 위해서 과감한 선택을 한 젊은이 중에 하나였다. 퇴사를 하고 보니 이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도 겪게 되었지만 그 속에서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독서회 내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와 긍정적인 반응이 엇갈렸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틀림없는 것은 워라밸 문화가 향후 조직과 사회적 분위기를 많이 바꿔 놓을 것이라는 점이다. 회사에서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가족의 날을 운영하고, 6시가 되면 컴퓨터 오프제를 신설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직장의 모습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근로시간은 길고, 노동생산성은 그에 따라 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식과 사회적 여건을 마련하는 시도로 보인다. 일과 삶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는 현실에서 일 할 때는 확실하게 일하고 쉴 때는 제대로 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시대적 화두로만 지나가버리지 않게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얼마 전 부터 워라밸을 나에게 강조하던 남편은 어느 날 부터인지 할 일이 많이 쌓였다며 일찍 퇴근하지 못했다. 현실의 벽은 아직 높지만 일과 개인적인 삶, 두 마리 토끼를 놓칠 순 없다. 균형적인 삶을 일상으로 어떻게 데려올지 고민 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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