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융조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弔詞

이융조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어제 밤늦게 소천하셨다는 말씀을 전화로 듣고 어떤 말씀으로 대답을 해야 할 지 한참 머뭇거렸습니다. 5일 전, 통화할 때에도 음성에 힘이 있으셔서 적어도 한 달은 버티실 줄 알았더니 그렇게 갑자기 가시다니요. 다시 찾아뵙지 못한 한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정확히 23년 전 95년 7월, 충북대학교 박물관팀은 단양 수양개 2지구를 새로 찾아 발굴하느라 정말 힘든 시간이었을 때, 단양향토문화연구 회장 자격으로 대원들을 위로 할 여러 가지 선물을 들고 찾아오신 것이 우리들의 첫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단양지역의 향토문화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열정은 문화원장과 새마을운동의 지부장 등 지역사회에 많은 봉사활동에 큰 주축으로 계심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밤늦게까지 유물을 정리한다는 이유로 이제야 만남이 있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김 회장은 거의 매일 같이 수양개유적을 방문하고, 어떤 때에는 대원들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유물 정리하는데 참석하시여 여러 일들을 거들기까지 한 것은 수양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평소에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96년 10월, 단양지역을 찾은 두루봉 국제회의 참가자들을 수양개를 중심으로 국제회의를 하자는 제안은 바로 '제 1회 수양개와 그 이웃들'로 발전하였습니다.

이렇게 창립된 수양개 회의는 제 2회를 개최함에 거금 3천만원을 쾌척하시어, 모든 참가자들의 왕복여비와 발표수당까지 지불하는 초유의 국제회의를 개최하여 참가자들로부터 격찬을 받고 이것은 제 3회 북경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어서 4~10회까지 모두 단양에서 주최하도록 큰 기틀을 만들어 주셨고, 이렇게 하여 수양개를 국제회의를 통하여 세계에 알리는 조석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뒤에도 여러 차례 외국에서 개최하는 수양개 국제회의에 참석하시어 설립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10년 전, 김 회장의 고희기념 논문집을 우리 연구원에서 주관하여 만들 때, 하서를 김정배 교수(전 고려대 총장), 조유전 소장(전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이 하였으며, 국내외 학자들의 19편의 논문은 '단양과 그 이웃의 선사문화'라는 제목으로 462쪽의 단아한 책자를 통하여 김 회장의 큰 업적을 우리 모두 기리고자 하였습니다.

이렇게 뭉쳐진 수양개 가족을 중심으로 한 국제회의는 올해 7월, 23회로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갖게 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할 우리는 수양개를 통한 전 세계의 선사문화 교류에 기여한 큰 공로를 높이 기리고자 하겠습니다.

김 회장님, 당신의 평생 친구인 정하모 군수께서 수양개보존회를 창립하였으니, 이 모임을 통하여 수양개유적의 중요성과 박물관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치고 여기에 수양개회의를 통한 수양개 가족들도 더욱 열정을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회장께서 평생의 마지막 작업으로 해놓으신 수양개의 국제화를 위하여 남은 우리 모두는 열정을 다하여 더욱 큰 세계화의 그림을 그리는 데 노력을 다하도록 다짐 해봅니다.

김 회장님 사신 80년의 인생은 타인에 대한 사랑과 지역에 대한 봉사, 그리고 역사의 의미를 크게 높이신 일에 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우리 모두 멋지고 크게 빛날 인생을 사셨던 김 회장님을 영원히, 영원히 기억하도록 할 것입니다.

평안히 영민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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