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표형 상원제 배제 유감...지방정부 입법권 필요"

이두영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 공동대표는 법률제정권과 관련ㄹ해 "법의 통일성이 요구되는 분야도 있지만 법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분야도 있다. 지방의 법률제정권은 입법의 다양성을 보장하며 혼란이 아니라 정책의 활력과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경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부매일 김성호 기자]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자문특위)가 정부의 개헌안 초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지만 문 대통령의 공약인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실현하는데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보수적 헌법학자와 지방분권 운동가 출신 자문특위 위원들 간의 견해차로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이 기대에 못 미치는 복수안(1안과 2안)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면서 지방분권 개헌 의미가 크게 퇴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까지 팽배해지고 있다.

이에 중부매일은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으로 참여한 이두영 지방분권개헌국민회의 공동대표를 만나 자문특위가 보고한 정부 개헌안에 문제점과 그간 야권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 대한 반박 등 견해를 들었다. / 편집자 주


▶ 자문특위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안 중 지방분권 관련 주요 내용은.

- 먼저 새 헌법 자문안에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 등의 개념과 철학들을 반영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1조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격차해소를 위해 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한 것과 세종시의 행정수도 명분화를 별도의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도 의미가 있다. 또 지방자치와 관련된 연원, 주민자치권은 지역 주민들에게 있는 것으로 강조했고, 국민발안, 주민소환, 주민투표 도입 강화, 국민의 헌법개정 발안제 등 직접민주주의가 강화된 것도 평가할만하다.


자치입법권·재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이 빠졌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정부안이든 국회안이든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위해 새 헌법엔 자치입법권·재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역의 요구인데.

- 우선 정부안은 외교·국방·금융·통화 등 국가 존립과 전국적인 통일성을 요하는 부분은 중앙정부가 입법권을 갖고, 나머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입법권을 갖도록 했다.
 
즉, 자치입법권의 경우 현행 헌법은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는데 자문특위안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내에서'로 바뀌었다.

여전히 '법률 우위'라는 점은 지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따라서 전제가 '법률'이 아닌 지방의회 입법의 '법률'로 지역의 '법'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 

자치재정권도 1안은 지방정부가 재량에 맞게 자율적으로 과세하도록 '자치세'라는 명칭을 헌법에 담아 지방정부의 과세 권한을 강화했지만 2안은 지방정부가 조례 형식으로 과세할 수 있도록 법률에 위임한다고 했다. 따라서 이 부분도 1안이 돼야 한다는 게 지역의 강력한 요구다.
 

▶ 정부 개헌안에 지역대표형 상원제와 제2국무회의 설치가 빠졌다. 따라서 새 개헌안도 중앙중심 국가운영시스템을 벗어나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정부안에 지역대표형 상원제가 빠진게 유감이다. 양원제는 우리나라도 경험이 있고, 주요 선진국에서도는 대부분 채택하고 있다. 인구 5천만이 넘는 국가에서 양원제를 채택하지 않는 나라는 터키와 중국 정도이다.

단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나라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인구가 1천만명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양원제를 도입하고 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국회로 분권화하되 의회권력도 양원제를 도입해 나누어서 견제와 균형을 이뤄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중앙집권세력들이 양원제도입을 가장 바라지 않고 있는데 그럴수록 더 시급하게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2 국무회의는 다른 명칭으로 포함됐다. 국가자치분권회의다. 또 지방정부의 법률안 의견제시권도 보장했다.
 

▶ 지방정부의 법률제정권은 연방국가에서나 가능하다는 보수진영 일각에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법률제정권을 연방 국가만 갖는다는 것은 잘못된 얘기다. 단일국가에서도 헌법에 규정하면 지방정부가 얼마든지 법률제정권을 가질 수 있다.
 
영국의 경우 단일국가이지만 스코틀랜드에 국회를 설치하고 법률제정권을 부여하지 않았나. 이탈리아도 단일국가이지만 지역정부에게 법률제정권을 부여하고 있고, 심지어 지역정부에 헌법제정권도 부여하고 있다. 헌법에서 지방정부에게 법률제정권을 부여하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연방국가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 지방정부의가 법률제정권은 국가통합성을 해치고 법질서혼란을 가져 온다는 지적도 있다.

- 미국과 스위스, 독일 등 연방국가에서는 연방법과 지방법이 있다. 혼란이 있나? 심지어는 스위스같이 작은 나라의 기초지방정부도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제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
 
법의 통일성이 요구되는 분야도 있지만 법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분야도 있다. 예를들어 외교, 국가, 도량형 등은 통일성을 요구하지만 교육이나 문화, 부동산이나 주택 문제와 같은 분야는 다양성이 요구된다. 이에 지방의 법률제정권은 입법의 다양성을 보장하며 혼란이 아니라 정책의 활력과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경쟁으로 봐야 한다.

통일성이 획일화되고 다양성을 말살하는 경우에 정책은 경직되고, 혁신은 중단된다. 지방이 법률제정권을 갖고 행사하면 아래로부터 정책혁신이 가능하고, 대한민국발전의 도약대가 될 것이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현행 법률 개정으로도 지방분권이 가능한데 왜 굳이 지방분권 개헌을 하려고 하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 (홍 대표 등은) 지방분권 일괄법을 제정해 중앙권한을 지방으로 넘기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분권을 행정분권에 한정시킨 발상에서 나온 저급한 지방분권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지방분권은 지방 문제를 지방정부가 주도해 해결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수준의 정치적 지방분권을 포함하는 수준이다. 행정적 분권만으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지방정부의 손발을 풀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법률제정권을 인정해 정책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어린이 놀이터사고에 대해 지방정부차원에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느냐. 따라서 지방정부가 지역의 크고 작은 문제를 능동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선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의 손발을 풀어줘야 한다.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개헌에는 찬성한다고 하면서 지난 대선에서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6월 개헌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사실상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 지방분권 개헌이 북한의 고려연방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주장'도

- 궤변이다. 대꾸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다. 지방분권은 자유민주국가의 정치원리다. 과거 독일은 독재자 히틀러가 집권하자 곧바로 지방자치를 폐지하고 주정부를 중앙정부에 복속시키지 않았나.

우리나라의 경우도 보수진영의 대선후보이던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가 강소국연방제를 주장했다. 또 진보진영에 노무현 후보나 문재인 후보는 지방분권과 연방제수준의 지방분권을 공약했다. 즉, 지방분권은 좌우가 함께 하는 개헌과제라는 것이다.
 
 
▶ 지방분권이 되면 선심행정이나 권한남용이 우려된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는데.

- 지방정치와 지방행정에 대한 주민통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새 헌법에 담으면 된다. 주민의 역할은 4년마다 한 번씩 지방정부의 수장이나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선출된 지방정치인이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는지 감사하고 주민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지방의 주권자로서 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참여하는 장치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면 주민들의 참여의식이 높아질 것이다. 예컨대 국민소환제 등이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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