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7년 9월 14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7 부산광역권 강소기업-청년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길게 줄을 선 채 행사장에 입장하거나 구직표 등을 작성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는 지역 대표기업 등 80여 곳이 참여, 현장 면접을 통해 우수 인재를 채용한다. 2017.09.14. / 뉴시스

대학진학률이 2009년 77.8%로 정점을 찍은 후 8년 새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69%로 낮아졌다. 반면 직업계 고교 졸업자의 취업률은 지난해 50.6%로 2000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이는 대학은 당연히 가야한다는 사회적인 통념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을 보여준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한국사회 지표' 는 고학력 실업이 사회문제가 되고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되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정부가 학벌에 의한 차별을 타파하고 양질의 고졸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 추진에 고삐를 당긴다면 대학진학률 하락과 고졸취업률 상승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고졸자의 대학진학은 대세가 됐다. 대학합격자를 기준으로 2005년에 82.1%, 2008년 83.8%로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 우리나라 25~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5%로 OECD 평균 38%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대졸 이상 계층에서 소위 '백수'로도 볼 수 있는 실업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주요국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미스매치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연령대별로는 청년층에서, 교육 정도별로는 대졸 이상 고학력에서 뚜렷하다고 지적한바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임금 격차 확대가 대졸 백수를 늘렸다. 임금, 근로조건 등 일자리 질에 차이가 크게 나면서 차선의 일자리보다는 스펙 쌓기, 취업 학원 수강 등 시간이 걸려도 좋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가 늘었다. 무엇보다 대학 졸업 이후 노량진 고시촌 등에서 몇 년째 공무원 준비를 하는 공시족(公試族)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졸 학력자의 실업률은 고졸자보다 높았으며 특히 대졸자의 3분의 1은 고졸보다 평균임금이 낮은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여기에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잔액이 10조원 안팎이라는 수치가 말해주듯 빚을 내 대학을 마치는 젊은이들도 많다. 하지만 상당수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 하자마자 학자금 부채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진학률이 높은 것은 구직, 기대소득, 사회적 인식, 결혼 등 대학을 졸업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교육비 보다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만 고용시장의 변화로 이 같은 인식이 변했다. 저부가가치 부문으로 청년 노동인구가 이동하면서 학력 미스매치가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졸취업의 증가로 인해 일자리가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학진학률 하락은 기능적 노동력 배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장기적으로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정부는 고졸 취업 증가 흐름이 계속되도록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한편 대학에 가지 않아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학력(學歷)보다는 학력(學力)에 적합한 직무 개발하고 일자리에 부합하는 인력을 공급해야 한다.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제도를 갖추고 학력(學歷)중시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 학문적인 성과와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대학진학도 필요하지만 고졸취업자들이 양질의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책은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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