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GM)지부 조합원들이 2월 14일 오전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군산공장 페쇄 철회를 위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지엠은 지난 13일 경영악화를 내세워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2018.02.14. / 뉴스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 GM은 5월말까지 한국GM 군산공장을 완전히 폐쇄한다고 밝혔다.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대우자동차를 2002년 GM이 인수한 후 최대 위기가 도래한 것이다. 공장폐쇄는 근로자 2천여명, 협력업체 130여개사 1만여명, 근로자 가족 4만여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게 된다.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으며, 지역경제는 생산과 소비의 감소로 이어져 크게 흔들리게 된다. 이미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폐쇄로 5,000여명의 근로자가 피해를 본 상황에서 설상가상의 한국GM 사태는 군산시를 비롯하여 전라북도 전체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의 협력업체에도 파급효과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게다가 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기 한 달 전 미국공장에 10억 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하여, 수년간 손실이 지속되었던 군산공장의 일감을 자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많았다. 미국우선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프노믹스에 맞춰 합리화의 명분을 세우고, 수년전부터 시작된 제조업의 자국 U턴을 단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2013년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을 도입했지만, U턴 기업은 2013년 37개, 2014년 16개, 2015년 9개, 2016년 5개, 2017년에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포드, 인텔, 캐터필터 등 1,200여개 기업이 넘고 있으며, 일본도 닛산, 혼다, 파나소닉 등의 기업이 지국 U턴을 통해서 100만개 일자리를 회복하고 있는 현실과 비교한다면 우리의 상황은 해외로 진출한 기업은 돌아오지 않고, 외국의 기업은 빠져나가는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외국으로 진출한 기업이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방법을 무엇이 있을까? 반면 외국기업이 한국에 남아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기업들을 되돌아오게 만드는 방법으로는 우선 대기업의 U턴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대기업의 국내 복귀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와 관련된 중소기업의 복귀와 성장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법인 청산에 따른 비용을 지원하고, 관련 제품의 관세를 낮춰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2008년 일본 혼다자동차는 해외진출 30년만에 일본 사이타마현 요리이공장을 건설하였는바, 이는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하여 연료전지차, 에탄올차의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였고, 공장자동화를 통하여 생산단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인건비를 낮추므로 자국 U턴을 가능하게 한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외국기업의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애로사항에 귀 기울이며 제도개선 등 증액투자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생산과정에서 투입되는 원료와 원자재 부품을 현지화 할 수 있는 지원방안 모색과 함께, 품질과 기술력이 우수한 강소기업을 협력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인력과 세련된 소비패턴 등 강점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면서,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는 불안정한 노사관계를 극복해야 한다. 2003년 공장폐쇄를 단행하여 500여명의 근로자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을 뻔했던 한국네슬레 청주공장이 노사화합으로 변화를 추구하여 향토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켰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홍양희 충북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전쟁의 기본개념은 '내 것은 지키고 남의 것은 빼앗는다.'는 것이다. 외국기업의 자국 U턴을 막고, 한국기업이 국내로 U턴 하도록 글로벌 경제라는 전쟁터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GM 군산공장의 폐쇄를 먼 나라 불구경하듯 손 놓고 지켜볼 때가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굴지의 기업 유치와 그 유지에 따른 일자리 마련 등 긍정적 효과를 지속하기 위하여 전반적인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 외국인투자지역 입주기업에 대한 관리,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의 자생력 확보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무슨 일이든지 미리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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