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과 간장이 모두 없음
치욕조차 모르는 멍청한 사람


全 無 心 肝

[모두 전] [없을 무] [심장 심] [간 간]

치욕조차 모르는 멍청한 사람


몇년 전의 일이다.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 살던 형님이 한 분 계셨다. 사업을 크게 하셨고, 집안에 애경사가 있으면 늘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눴다. 그러던 형님이 갑자기 연락두절이 되었다. 일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을 접할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다른 선배님께 형님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어! 그 친구 경기도로 이사했다고 그래! 사업을 접었대! 사기를 당했다지, 아마!" 靑天霹靂(청천벽력)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꽤 긴 세월이 흘렀다. 연구실 전화벨이 울렸다. 형님이었다. 내가 입을 뗐다. "연락이 없어 걱정 많았어요! 어디에요?" 다급한 마음에 있는 장소부터 물었다. 학교 부근의 커피숍에서 만났다. 거의 4년만이었다. 자초지종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하면 동업하던 파트너가 거액의 회사 자금을 들고 도주했단다. 회사는 회복불능상태에 빠졌고, 술에 빠져 지냈다고 했다. 그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초라한 초로의 모습. 가슴이 멍먹해졌다. 자리를 이어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도 한잔 했다. 형님이 지난 일을 띄엄띄엄 말을 이어갔다. "파트너를 찾았어! 헌데 그 많은 돈 노름으로 다 탕진했다더군! 오히려 자신에게 다시 함께 사업하자고까지 말을 하더군. 기가 막혀서 욕도 한 마디 못하고 그냥 돌아서 나왔어!" 다시 연락하자는 약속과 함께 헤어졌다.

이따금 형님이 전화를 주신다. 이따금은 힘들다는 말도 하시지만 이전보다는 목소리가 밝다. 전화통화가 끝나면 철면피 같은 형님의 사업 파트너가 생각난다. 그리고 고사성어 하나가 떠오른다.

南北朝時代(남북조시대), 南朝(남조) 陳國(진국)의 마지막 皇帝(황제) 陳叔寶(진숙보)는 淫蕩無道(음탕무도)하여 향락에 빠져 세월을 보냈다. 隋朝(수조)의 軍隊(군대)가 長江(장강)을 넘어 陳國의 城都(성도) 建康(건강)으로 진격하여 陳叔寶를 포로로 잡아 長安으로 압송하였다. 얼마 후 隋文帝(수문제) 楊堅(양견)이 그를 석방하고, 三品官(삼품관)의 예우를 해주었다. 隋文帝는 陳叔寶가 망국의 傷感(상감)에 빠질까 걱정이 되어 朝會(조회)에서 江南(강남)의 樂曲(악곡)을 연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陳叔寶는 "관직도 없이 조회에 참석하는 것이 대단히 불편하니 제게 관직을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하였다. 隋文帝가 이 말을 듣고 "叔寶는 심장과 간장도 없는 사람이구나(叔寶全無心肝: 숙보전무심간)"라고 비웃었다. 이는 陳叔寶같은 인물은 망국의 한조차 없을뿐만 아니라 관직에 나가고 싶은 욕심까지 지닌 정말 치욕을 모르는 사람임이라는 말이다.

배득렬 교수

'全無心肝'! 치욕조차 모르는 멍청한 사람. 자신의 실수로 다른 사람이 얼마나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인간.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도 아무런 후회나 반성이 없다면 이건 정말 큰일이다. 요즘 세상에 많은 스캔들이 난무한다. 그리고 그 스캔들에는 '全無心肝' 표증들이 꿈틀대고 있지 않나?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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