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경제 상황과 금리정책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2018.2.28 / 뉴시스

일본 속담 중에 '바람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이 생김으로써 그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다른 장소나 사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나는 속담이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발생가능성이 낮은 인과관계를 억지로 갖다 붙이는 주장이나 이론을 비판하는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바람이 분다 → 흙먼지가 날린다 → 먼지때문에 눈병에 걸린다 → 눈병 때문에 맹인이 늘어난다 → 맹인은 샤미센(일본의 현악기)을 산다[1] → 샤미센에 필요한 고양이 가죽 때문에 고양이들이 죽는다 → 고양이가 줄자 쥐가 늘어난다 → 쥐들이 통을 갉아 먹는다 → 통의 수요가 늘어 통장수가 돈을 번다'라는 정말 좀 길고 억지스러운 상관관계를 만들어 낸 속담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아는 관용구인 '나비효과'와 비슷한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일본 속담과 같이 최근에 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가 아니고 미국에서 큰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지금까지의 1.5%에서 1.75%까지 올리면서 국내 기준금리인 1.5%를 넘어서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렇게 한미 간에 금리가 뒤집힌 것은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자본 유출 생기는 것 아니냐, 또는 국내 금리도 따라서 오르는 것 아니냐는 여러 가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이유를 간략히 살펴보면, 미국 연준은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완전 고용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고용이 호전되고 자칫 과열까지 우려되고 있기 때문에, 그간 양적 완화로 풀었던 유동성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직 경기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금리격차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 섣불리 금리를 인상하는 카드를 쓰게 된다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경기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으며, 가계 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르면, 만약 미국이 올해 4번 정도 인상하고 한은이 하반기에 1회 정도 인상한다면, 금리 격차는 0.75%p에서 최대 1%p까지 날 수 있다. 10년 전에도 한미 금리역전이 발생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에도 심각한 자금 유출은 없었다. 단, 그 당시는 우리 경기상황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는 것이 약간 차이가 있기는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한은이 금리 인상을 늦춘다고 하더라도 미국 등과의 금리 역전이 심화되는 상태를 오랜 시간동안 그대로 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인상 압박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 분명하므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금리 역전이 단순히 달러 강세, 원화 약세의 방향으로만 움직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금리 역전은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게 되고 이 때문에 환율 역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어 환율 위험 관리 필요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이러한 금리 인상이 현재 우리 상황에서는 다른 쪽으로 불통이 튈 가능성이 높다, 바로 부동산에 대한 충격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높다. 경기가 좋은 경우에는 금리의 변동이 실물경제, 특히 자산 가치에 제한적 영향만 미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런 상황이 아니며, 최근의 여러 부동산 규제 논의도 겹쳐져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의 금리인상을 이끌어 내고, 이는 다시 담보대출 부담을 증가시키고 또 자산가치 하락을 이끌어 내고 부동산시장이 급격한 냉각이나 폭락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바람이 한국의 부동산 시장 폭락이라는 통장수의 돈벌이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간신히 회복을 시작한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로 들어갈 수도 있는 최악의 경우의 수 중 하나이다. 지금부터 정부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대한 준비해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부동산 규제와 부동산 담보대출 축소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의 부동산 규제 강화정책은 적절하다고 본다. 하지만 많은 주택담보 대출이 서민에게 나가 있다는 것도 꼭 염두에 둬야 한다. 규제와 시장기재를 통해 점진적 안정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말 절묘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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