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근중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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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의 양립', '일과 삶의 균형', '저녁이 있는 삶' 등의 용어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사축', '프로야근러', '쉼포족', '워라벨'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 단어들은 모두 지난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공감을 샀던 신조어이다. 마치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이라는 의미의 '사축', 야근을 밥 먹듯 일삼는 '프로야근러', 휴가도 마음 놓고 떠나기 어려워 회사로 '출근휴가'를 갈 정도로 쉼을 포기한 '쉼포족'을 뜻한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할 때 급여수준만큼이나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 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샐러리맨을 떠올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시 출퇴근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경우 근무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3시간을 초과근무한 것으로 나타났고 심지어 과로로 인한 사망에 이른 사례까지 있었다. 이는 실례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없도록 일에 치우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이 2016년 기준 2052시간으로 OECD 가입 34개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비효율적인 근로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단적인 이유일 것이다.

일·가정 양립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저출산과 인구감소 등 급격한 고령화 대비의 해결책으로, 정부에서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적 제도마련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연봉과 회사 규모, 인지도만으로 좋은 직장을 판단하는 시대는 지났고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인가가 직업과 직장 선택의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또한 경영자들도 직원들이 마음 편히 잘 쉬고 과도한 스트레스 없이 근무해야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의식의 전환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근중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작년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후 '휴식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개인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겠다고 밝혔으며 국민을 행복하게 하려면 고객을 대하는 기업의 직원들이 먼저 행복해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직원들이 건강하고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생산성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다. 최근 올해 메이저 대회 첫우승을 이룬 박인비선수도 인터뷰에서 남편과 '워라벨'을 믿고 대회에 집중하여 우승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워라벨 문화 확산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 이러한 움직임이 잠시 잠깐 스쳐 지나가는 한순간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기업과 직원, 나아가 정부도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어 대고객 서비스가 높아지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대한민국이 어서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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