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규일 경제통계국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6년 국민계정(확정), 2017년 국민계정(잠정)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2017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대비 3.1% 성장했으며, 지난 2014년 3.3%를 기록한 이후 2015년 2.8%, 2016년 2.9%로 2년 연속 2%대에 머물다가 3년만에 다시 3%대로 진입했다. 2018.03.28. / 뉴시스

우리나라가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를 돌파한다고 한다. 1인당 GNI 3만 달러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한국 경제가 오랫동안 목표로 삼아왔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6년 국민계정(확정) 및 2017년 국민계정(잠정)'은 그 목표가 눈앞에 와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9천745달러로 1년 전보다 7.5% 증가했다. 올해는 0.9%만 늘면 올해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찍는다. 올해 3% 성장, 물가 상승률 2%에 환율이 이변이 없다면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은 무난하다. 한국은행은 작년 12월초에도 올해 국민총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더 많을 것이다. 한국은행 발표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홍보하는 수단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상당수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은 올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청년들은 학교를 졸업 하자마자 실업자대열에 줄을 서야 한다. 최악의 청년실업률과 GNI 3만 달러 시대는 동떨어진 현실이다.

올해 1인당 GNI 3만 달러가 되면 한국은 12년 만에 목표를 달성하는 셈이 된다. 일본(5년), 영국(8년), 미국(9년)보다 한국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도달하기까지 더 오래 걸리는 셈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장률보다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기도 하는 원/달러 환율이 작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할수록 달러화로 환산한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1인당 GNI 증가에 도움이 된다. 아직은 수출증가세도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1인당 GNI 3만 달러 시대가 다가왔다고 해서 한국경제를 낙관하긴 이르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경제 상황이 나빠지거나 환율이 급등해 1인당 GNI가 다시 내리막길을 탈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가계(家計)로 제대로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체감 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는 11.1%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올랐다. 특히 15∼29세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인 9.9%에 달한다. 양극화 현상도 여전하다. 최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5인이상 사업체 상용직·임시직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255만6천 원이었다. 또 이들 사업체의 근로자(임시·일용직 포함)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402만4천 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9만4천 원(2.3%) 줄었다. 월평균 근로시간은 176.7시간으로 10.5시간(6.3%) 증가했다. 이 같은 자료가 말해주듯 대다수 근로자에게 GNI 3만 달러는 손에 잡을 수 없는 허상(虛像)이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상용직과 임시직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유치를 유도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대다수 서민들의 형편이 어려워졌다면 선진국 진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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