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경제] 11. 마을기업 '오드레미 영농조합법인'

매해 청주 오근장동 지역의 햅쌀로만 만드는 오드레미 '현미·시금치·아로니아 쌀눈국수'는 차지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나영례 대표(사진 맨 왼쪽)를 비롯한 평균연령 65세의 조합원들은 '손주를 생각하는 할머니의 마음으로 국수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했다.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오근장 들에서 생산된 쌀 100%로 국수를 만드는 마을기업이 있다. '오근장 들에 나는 쌀'이라는 뜻의 '오드레미'를 회사 이름으로 정하고, 영농조합법인을 만든 주인공은 충북 청주시 오근장동 5개 자연마을의 전·현직 부녀회장들이다. 형님 아우로 지내온 시간만 족히 30년이 넘은 이들이 오로지 맛과 영양, 건강만 생각하며 창업에 뛰어들었다.

◆ 부녀회장들의 창업 도전기

"오근장동에는 벼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아요. 동네에 쌀이 많이 생산되다보니 쌀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죠."

시작은 무모했지만 배짱 만큼은 두둑했다. 쌀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말에 마음 맞는 부녀회장 다섯명이 모여 법인을 설립했다.

생활개선청주시연합회에서 활동하는 회원 가운데 현재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모두 4명. 큰언니 최창순씨와 김정순씨가 생산을, 김복희씨는 사무장, 막내 나영례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마을기업 설립 초기, 쌀빵과 쌀만두, 쌀국수 등 다양한 제품을 놓고 고민하다 결정한 품목이 쌀눈국수였다. 100% 오근장 지역에서 재배된 지역 쌀(직지쌀)을 이용해 쌀국수를 만들면 쌀 소비 촉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뜻을 모으자 기업 설립은 급물살을 탔다. 전문가들을 수소문해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했다. 국수 만드는 기계를 특허 낸 사람, 마을기업 컨설팅을 해주는 박사 등 기술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다녔다.

그렇게 2014년 오드레미 영농조합법인이 탄생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하는 청주시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생산공장을 지을 수 있는 씨앗자금이 생겼고 청주시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벼 건조기와 도정기계, 창고도 지었다.

오드레미 영농조합법인의 평균연령은 65세. 스스로를 '할미'라고 표현하는 조합원들은 손주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또 동네 어르신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국수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농가의 쌀 소비 촉진'을 모토로 창업에 뛰어든 지 올해로 4년째. 조합원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김복희씨를 제외한 대부분이 부녀회장직을 내려놓았고 나영례 대표는 청주시생활개선회 사무국장을 맡게 됐다. 최창순씨는 통장이 됐다. 조합원들은 "큰언니가 승진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 삼색 쌀눈국수 이래서 좋다

현미쌀눈국수에서 시작된 품목은 시금치쌀눈국수와 아로니아쌀눈국수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현미의 식이섬유는 인체에 흡수되지 않고 과다한 각종 영양소의 장내 흡수를 늦춰준다.

칼로리 섭취를 억제하기 때문에 변비를 예방해주고 오래 씹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시금치는 빈혈에 좋은 철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C가 풍부하고 나트륨을 배출시키는 칼륨이 함유되어 있어 나트륨 함량이 높은 한국인들의 식단에 효과적이다. 아로니아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고 노화를 막아주기 때문에 각종 성인병과 심혈관 질환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드레미 쌀눈국수 드시고 100세 건강 챙기세요'라는 홍보 문구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오드레미 쌀눈국수에는 현미를 쌀로 깎을 때 나오는 가루인 '미강'이 들어 있는데, 미강이 밀가루 역할을 하기 때문에 면발이 차지고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먹으면 속이 편하고 든든해 재 구매율이 높다.

현재 오드레미 쌀눈국수는 마을기업 쇼핑몰(kmaeul.com)과 직거래, 인근 4개 농협(청남농협, 청주농협, 강내농협, 오창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청주시청에서 한 달에 한번 구내식당에 납품하고 있고, 지난해 12월에는 청주삼겹살거리 발전위원회와 구매협약을 체결했다. 식사 후 제공되던 밀가루 국수 대신 쌀국수를 공통 메뉴로 선정하면서 '오드레미'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길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고정 납품 처는 없는 상태. 나영례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우리 쌀국수를 맛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 마을이 살아야 지역도 산다

오드레미 영농조합법인의 사총사는 철저한 마을주의자들이다. 오근장동에서 난 쌀과 시금치, 아로니아를 이용해 지역 농산물 소비에 앞장서고 있다.

밀가루를 섞어 단가를 낮춰보지 않겠냐는 유혹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손주를 대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내려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하는 어르신들도 예외가 아니다.

"시식회에 가면 아이들 손님이 더 많아요. 그러면 우리는 계속 먹이는 거야. 한 바퀴 돌고 오면 또 먹이고 또 먹이고. 아이들이 잘 먹으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어요."

나영례 대표는 마을기업을 하는 이유가 마을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고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직접 농사지은 쌀로 쌀국수를 만들면 사람들은 먹어서 좋고, 생산자들은 일자리가 생겨 좋고, 지역 주민들은 판매가 잘 될수록 소득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취지로 출발한 만큼 수익이 나면 마을에 환원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해마다 네 차례씩 오근장 지역 경로당을 순회하며 무료 국수 급식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겨울에는 동사무소에서 진행하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있다.

꿈도 크다. 시작은 마을이었지만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오드레미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충북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아니 해외에도 수출하고 싶어요."

전 세계를 겨냥한 기업 발전 포부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쌀에 '미강'을 섞은 오드레미 쌀눈국수는 매해 생산되는 100% 지역 햅쌀로만 만든다. 밀가루와 방부제, 첨가물도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순수하고 정직하게, 정성껏 만들고 있으니 거칠 것도 없다. 우애 좋은 조합원들의 사무실에는 흥이 넘쳐난다.

"즐겁고 행복한 날 먹는 게 국수잖아요. 잔칫날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국수를 만들고 있어요. 우리 국수 한 번 잡숴 봐요~ 행복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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