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말이 있다.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철에 맞지 않거나 쓸모없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무더운 여름날 어떤 사람에게 화로를 선물했다. 얼마 후 그 선물이 마음에 들었는지를 묻자 그는 "무더위에 화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화를 냈다. 이번엔 겨울에 부채를 선물하면서 "마음에 듭니까?"라고 물었다. "이 사람아, 겨울에 부채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선물을 하려면 여름에 부채를 하고 겨울에 화로를 해야지. 겨울에 부채가 무슨 소용이 있고 여름에 화로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짜증을 내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에게 여름에 화로, 겨울에 부채를 선물한 후 똑같이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 사람의 대답은 달랐다. "그래, 고맙네. 잘 사용하고 있네." 의아해서 다시 물었다. "아니, 여름에 화로를, 또 겨울에 부채를 어떻게 쓰고 계십니까?" 그가 대답했다. "화로는 여름 장마에 젖은 옷가지나 물건을 말리는 데 사용하고, 부채는 겨울에 불 지필 때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네."

맑은 아침 이슬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고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 내가 어떻게 마음먹고 어떻게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보잘것없어 보이던 것도 매우 긴요한 물건이 될 수 있고, 아주 값진 것도 쓰레기 취급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고정관념을 바꾸면, 여름 난로와 겨울 부채(夏爐冬扇)도 그 용도가 아주 좋을 수 있다는 교훈이다.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생각할 일이다.

닭을 기르는 한 농부가 있었다. 그런데 그의 농토는 봄만 되면 물에 잠겨 애를 먹었다. 닭장이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닭들을 높은 지대로 대피시켜야 했다. 어떤 때는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바람에 수백 마리의 닭들이 물에 빠져 죽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해 최악의 봄이 찾아와 키우던 닭을 모두 잃고 말았다. 그는 낙담하며 한탄했다. "어쩌면 좋지? 마른 땅을 살 돈은 없고, 그렇다고 땅을 팔 수도 없고, 눈앞이 캄캄해." 그러자 그의 아내가 말했다. "그럼, 오리를 키우면 되잖아요." 뒤집어 생각하니 약점은 도리어 강점으로 둔갑한 것이다.

불리하면 나에게 유리하도록 룰을 바꾸면 된다. 페르시아 원정에 나섰을 때, 알렉산더는 해전(海戰)에 강한 페르시아군을 상대로 해상에서 정면으로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고성(古城)을 허물어 그 잔해를 가지고 바다를 메워 육지와 섬을 연결하였다. 해전을 지상전(地上戰)으로 바꾸자 페르시아군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섣불리 단념하지 말고 뒤집는 역발상이 필요한 이유다. 발상을 전환하면 해법이 보인다.

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한 소년이 화창한 봄날에 기분 좋게 언덕을 올랐다. 그는 마침 길에 튀어나와 있던 돌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이런 돌덩이가 왜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있지?" 소년은 삽으로 돌부리를 캐내기 시작했다. 파헤치자 점점 돌의 크기가 드러났다. 땅 위에 보이는 돌은 사실 큰 바위의 일부였던 것이다. 소년은 놀랐지만 결심했다. "다시는 다른 사람들이 돌부리에 걸리지 않도록 파내겠어!" 소년은 분한 마음 반, 정의감 반으로 거대한 돌에 달려들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소년은 삽을 그만 놓고 말았다. "안 되겠다. 포기하자." 소년은 파 놓았던 흙으로 돌이 있던 자리를 덮기 시작했다. 그러자 소년이 걸려 넘어졌던 돌부리도 흙에 덮여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소년은 중얼거렸다. "왜 처음부터 이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지?" 파헤치지 않고 덮어 주는 것이 더 쉽고 온전한 방법이다. 궁즉통(窮卽通)이라 했다. 더 이상은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 포기하지 말일이다. 인생의 정답은 여러 개 존재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다만 유연하게 발상을 전환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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