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Family(가족)은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첫 글자들을 합성한 단어라고 한다. 즉 어원은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이다. 진정 '가족'이라는 말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도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단어이다. 어느 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딸이 함께 여행을 하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했다. 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큰 사고였다. 어머니는 가벼운 상처를 입었으나 아버지와 딸은 모두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특히 딸의 상처가 깊어서 오랫동안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치료를 했으나 평생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할 신세가 되었다. 딸보다 먼저 퇴원한 아버지의 신세도 딸과 다름이 없다고 알려졌다. 사춘기 였던 딸은 무엇보다 마음의 상처가 깊었다. 학교가 파하면 다른 친구들이 조잘거리며 신나게 몰려다닐 때도 그 딸은 늘 혼자 목발을 짚고 외로이 집으로 와야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같은 목발 신세인 아버지가 말동무처럼 딸에게 다가와 다정하게 대해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주어 큰 위안이 되었다.

딸은 울기도 많이 울었다. 투정을 부리는 딸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아버지가 나서서 말없이 그 투정을 받아 주었다. 딸에게는 아버지와 공원 벤치에 나란히 목발을 기대어놓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행복이었다. 어려운 사춘기를 잘 넘기고 딸은 대학에 진학했다. 입학식 날 아버지가 학교에 같이 참석하여 딸을 껴안아 주며 말했다. "네가 내 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구나. 너는 나의 자랑이며 보람이란다." 딸은 정말 행복을 느꼈다. 그 해 어느 날이었다. 세 식구가 나란히 길을 가고 있었다. 물론 아버지와 딸은 목발을 집고 가야 했다. 길을 걷는 그들 앞에서는 작은 꼬마 하나가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공이 큰길로 굴러갔다. 꼬마는 앞뒤를 살피지도 않고 공을 주우러 큰 길로 뛰어들었다. 길모퉁이에서 큰 트럭이 전속력으로 달려 나오고 있었다. 바로 이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딸의 아버지가 목발을 내던지고는 길로 뛰어들어 꼬마를 안고 뒹굴어 위험의 순간을 넘긴 것이었다. 아버지의 순간적인 행동은 너무나 날쌨고 자연스러웠다. 목발을 짚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동작이었다. 딸은 자기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어머니가 다가와서 딸을 꼭 껴안고 이렇게 속삭였다. "얘야, 이제 말할 때가 된 것 같구나. 사실 너의 아버지는 다리가 다 나았단다. 퇴원 후에 곧 정상이 되었거든. 그러나 네가 목발을 짚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아버지도 목발을 짚고 다니기로 작정하셨던 거야. 내가 말렸지만 너랑 아픔을 같이 해야 한다고 고집하셨던 거야. 그러니까 그게 벌써 오년이 되었구나. 이 사실을 아버지 회사원도 우리 친척도 아무도 모르지. 나와 아버지밖에 모르는 비밀이었지." 길 건너에서 손을 흔드는 아버지를 보며 딸은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가눌 수 없었다.

유종열 전 음성교육장

진정한 가족이란 나를 위해 울어주고 웃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쁜 일이 있을 때 누구보다 축하해주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언제나 위로해주고 함께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다.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이 가족이다. 사랑이 무너지면 가정도 무너진다. 그러므로 가족끼리는 사랑하고 또 사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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