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현구 충남 내포·홍성·예산 주재

2일 오전 충남 아산시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순직 소방공무원 3명의 합동영결식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시신을 운구차로 이동하고 있다. 2018.04.02. / 뉴시스

20대 꽃다운 청춘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저세상으로 떠났다. 지난달 30일 국도에서 유기견 구조 활동을 벌이다 순직한 소방관과 교육생들의 합동 영결식장에서 동료 소방관들은 눈물로 이들을 배웅했고 가족들은 오열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는 숙명적인 직업관과 의식을 갖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은 이날도 비통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100여일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이후 유가족의 슬픔과 애절함에는 미칠 수 없겠지만 화재 현장의 소방공무원들도 적잖은 고난을 겪고 있다. 항상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소방공무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이번 사고처럼 힘없는 소방인들에겐 그들만의 슬픔에 그치고 말았다. 수해복구현장, 벌집제거 등 온갖 궂은 일은 도맡아 하는데도 결과에 따라 모든 책임을 덮어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도 소방공무원은 고마운 존재인데도 처우가 참으로 열악하다며 부족한 소방공무원 1만7천명 증원을 약속한 바 있다.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참혹한 일을 겪어도 이러한 트라우마에 대해서 적절한 시기에 상담이라든지 치유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그런 일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어 제도마련도 시급하다.

또한 개인적으로 지급받는 방화복이나 방한장갑도 너무 열악하고 심지어 국가가 다 제대로 챙기지 않아서 개인 돈으로 구입해야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더 나아가 소방관들을 국가공무원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아직은 미지수다. 현재 지방 공무원인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가 지자체마다 제각각이기때문에 똑같은 기준으로 국민들의 안전을 더 강화한다는 그런 차원에서도 소방공무원들을 국가직으로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정책일 것이다.

최현구 충남 내포·홍성·예산 주재

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관들도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좋은 장비와 여건이 주어진다면 최고의 소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소방관의 처우개선에 대한 내용은 대형화재 사건때마다 언급돼 왔지만 잘 실현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책임있는 정치인들이 소방관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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