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진단] 이지효 문화부장

스페이스 몸 미술관 / 중부매일 DB

문화 전문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한 도시를 이해하거나 그 도시의 문화수준을 알려면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서관을 찾아가 보라는 것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서관은 그 도시의 정체성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도시의 문화 수준을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청주시에는 한국박물관협회에 등록된 1개의 국립박물관과 11개의 공립박물관·미술관, 16개의 사립박물관·미술관, 9개의 대학박물관·역사관이 있다. 또한 12개의 도서관과 12개의 거점작은도서관을 포함해 동네마다 있는 개인도서관을 따져보면 그 숫자가 결코 적지 않다. 이렇듯 청주의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숫자상으로는 문화의 수준이 높을 것으로 보여지지만 2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청주의 사립미술관인 '스페이스몸 미술관'이 도시개발로 인해 미술관 일부가 철거 위기에 처했다.

청주시 도로 계획선에 스페이스몸미술관 제2전시장 일부가 포함돼 있고 제3전시장은 강서지구 도시개발 사업시 하천용지로 수용 계획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곳에는 도로와 GS건설의 자이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며 아파트 앞을 지나는 하천용지로 기능을 잃게 된다.

스페이스몸미술관 제2, 3전시실은 2000년 전시공간으로 시작해 2005년 미술관으로 등록했으며 현재까지 다양한 계층을 넘나드는 170여회의 기획전을 개최하고 다수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는 4천여점의 작품들이 소장돼 있고 건물과 공간적 특성을 살려 이곳을 활용한 설치 작업과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이 선호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청주민예총은 "문화공간을 확충해야 하는 마당에 우수한 미술관을 헐고 도로와 하천을 만들겠다니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보고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청주시의 진정성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한쪽에서는 문화도시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혈세 수십억 원을 쏟아 붓고 한쪽에서는 개발을 명목으로 미술관을 밀어버리는 것이 청주시의 문화 상식이란 말인가. 많은 돈을 들여서 새로 문화공간을 짓는 일도 필요하지만 있는 공간을 잘 쓰는 일은 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청주민예총은 "문화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는 것"이라며 "청주시는 이제라도 사안의 심각함을 인식해 미술관 측과 대책을 협의하고 사업 시행자와 조율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밝혔었다.

이지효 문화부장

이후 스페이스몸 관계자는 청주시에 이러한 의견을 피력했으며 청주시에서도 개발업체 측에 완전히 피하지는 못해도 선을 변경해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시행사측은 주민 의견수렴과 타당성 검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개발도 좋지만 개발과 공존이 함께 이뤄져야 더 좋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일본 나오시마 섬의 이에(家·집)프로젝트는 이주로 인해 생긴 빈집을 리모델링해 예술공간으로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참여한 경우도 있어 작품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고 한다. 시행사와의 의견조율로 아파트 내에서 스페이스몸 미술관이 도시민들에게 숨쉴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공존한다면 '미술관을 품은 특별한 아파트'로 다른 시민들의 부러움을 사는 품격있는 아파트가 될 수 있다. 청주시는 문화적 삶을 바탕으로 청주시민 모두가 살기 좋고 지속가능한 사회와 환경을 갖춘 '문화도시 청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6·13 지방선거 예비후보들도 청주를 교육문화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말만이 아닌 정말 필요하고 신경써야할 것이 무엇인지 살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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