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걸재 민속보존 소리꾼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일년 중에 가장 하늘이 맑은 날이 청명이랍니다. 기나긴 겨울이 물러나고 본격적인 봄이 되어 춥지도 덥지도 않은 호시절이요, 칙칙하던 하늘이 맑아지는 절기입니다. 그러니 선비들은 마음을 맑게 하여 세상에 아름다운 덕이 쌓이는 날들을 위해 자신을 가다듬고, 농부들은 농사일을 위해 마음을 추스르는 절기가 청명이지요.

아낙네들도 이 절기는 의미가 있습니다. 대부분 절기는 음력속에 든 양력이라서 무심히 지나기 마련이지만 청명은 다릅니다. 봄나물이 만개하기 때문에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나물 반찬을 준비해야 하는 절기이기 때문입니다. 언제 먹어도 몸에 이로울 것 같은 쑥, 향기로 봄의 입맛을 달래주는 달래와 냉이, 그리고 나물의 왕이라는 두릅 순 등을 반찬으로 올릴 수 있으니 나물 반찬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런해 져야 하는 날이 청명입니다.

조상님의 산소를 돌보는 한식은 청명 하루 전이나 같은 날 이루어지는 작은 명절입니다. 사실은 24 절기 중 하나인 청명과 달리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의 4대 명절 중 하나였습니다. 이중 한식만 다른 특징이 정해진 날이 없이 동지로부터 105일 째되는 날로 약간은 변동적입니다. 음력 명절을 항상 같은 시기에 맞추기 위한 방법이었지요. 음력은 양력에 비하여 윤달이 자주 듭니다. 한달의 날짜 수도 양력보다 차이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양력으로 보아 언제나 같은 날 행하고자 하였기에 동짓날부터 105일 째되는 날로 정하였던 것입니다.

천년의 세월동안 가장 소중한 덕목으로 섬기며 살아온 효(孝)의 문화에 뿌리가 있으니 청명처럼 살기 좋고 하늘 맑은 날에 조상을 섬기 는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요. 효심은 살아계신 부모님은 물론 조상님들에 대한 공경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니 일 년에 하루는 조상님의 산소를 둘러보고, 훼손된 곳은 보수하고 몹쓸 잡초는 뽑아주 명절을 정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대를 이어 앞으로 살아갈 후손들의 생활 덕목을 전승하는 의미의 명절이었습니다.

한식의 유래가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절기 또한 중국 문화의 일부라하여 폄하하기도 합니다. 한식·청명 모두 중국에서 시작된 문화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 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뿌리를 내린지가 천년에 이릅니다. 이제는 우리 민족의 가슴에 들어있는 정신문화라는 것입니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우리나라의 효 문화를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반드시 꽃 피워야 할 인류 문화의 꽃이라 하였습니다.

이걸재 민속보존 소리꾼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한국인들의 가족제도와 효심에 대하여 부러워 한다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 가족의 사랑과 조상님을 공경하는 마음을 통해 인의예지(仁義禮智)의 기풍을 세우고, 나라를 걱정하는 충(忠)의 근본으로 살아 온 우리 민족. 그 따뜻한 정신을 이어가는 상징으로 한식과 청명을 가슴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밤길에 혼자 다녀도 위험하지 않은 이상한 나라'라는 부러움 담긴 고백을 소중히 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모두 청명을 맞아 밝고 맑은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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