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술병·음식물 쓰레기 이곳 저곳 널브러져 눈살 찌푸려
어린이들 "청소 돕고 싶어요"…고사리 손으로 쓰레기 주워

청주 무심천 체육공원 인근이 꽃구경을 나온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4일 오전 청주 무심천을 나온 한 시민은 만개한 벚꽃을 뒤로 한 채 널브러진 쓰레기를 바라보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벚꽃 구경을 위해 청주 무심천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늘면서 때아닌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다.

4일 오전 9시 청주 무심천에는 연분홍빛 벚꽃이 무색하게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와 술병 등 각종 쓰레기로 가득했다. 특히 무심천 체육공원 주변에는 한밤 중 벌어진 술자리의 뒷정리가 되지 않은 채 어지럽혀 있었다.

신문지와 비닐봉지 등은 바람에 날려 무심천 수면 위에 떠있기도 했다. 일정한 장소에 모여있지 않고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에 꽃 구경을 나선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주 무심천 체육공원 인근이 꽃구경을 나온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4일 벚꽃 구경을 위해 무심천 일대를 찾은 청주 근로복지공단 수안들 어린이집 아이들이 어른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담고 있다./신동빈

5년째 무심천 정화를 맡고 있다는 환경미화원 이모(64·여)씨는 "매년 4월이면 쓰레기 청소로 머리가 아픈데 올해는 더욱 심각한 것 같다"며 "쓰레기가 한 곳에 쌓여 있으면 그나마 나은데 뿔뿔이 흩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환경미화원 김모(68)씨는 "쓰레기를 주워 담는 게 아니라 쓸어서 퍼다 담는 수준"이라며 "청소하는 입장에서는 벚꽃이 야속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매일 1명씩 교대로 쉬면서 일하는데 꽃 구경 기간에는 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무심천에는 꽃 구경을 나섰다가 쓰레기로 가득한 체육공원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또 이날 무심천을 찾은 근로복지공단 수안들 어린이집 원생 30여 명은 "청소를 돕고 싶다"며 고사리 손으로 양손 가득 쓰레기를 주워 주위의 눈길을 끌었다.

청주에 사는 성모(53·여)씨는 "무심천 벚꽃은 청주의 자랑 중 하나인데 이런 모습을 보니 시민으로서 창피하다"며 "예쁜 벚꽃과 너무 대조되는 모습이라 부끄럽다"고 말했다.

청주 무심천 체육공원 인근이 꽃구경을 나온 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4일 오전 청주 무심천 체육공원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신동빈

또 다른 시민 박모(38)씨는 "어젯밤 가족들과 꽃구경을 왔는데 이 정도로 쓰레기가 많이 쌓인 줄 몰랐다"며 "부끄러운 시민의식 민낯을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쓰레기 불법 투기 등에 관한 단속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꽃 구경을 나와 단속을 벌이다 실랑이가 벌어진 적도 많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져온 음식물과 물건들은 반드시 다시 챙겨가 깨끗한 벚꽃 구경 문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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