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18년 3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민건강수호 비대위 제1차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참가자들이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3.18. / 뉴시스

최근 북핵협상, 개헌, 지방선거 등 다양한 이슈가 많아 웬만한 기사는 주목을 받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지속적으로 회자가 되고 있는 이슈가 바로 '문재인 케어'이다. 2017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30조6,000억 원을 들여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수위나 내용에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많은 의사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문재인대통령은 이러한 논란이 있을 것을 예견하면서도 이러한 계획을 발표한 것일까?

여기에는 건강이라는 이슈가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기 이전에 최근의 연구결과를 먼저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사람의 수명은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기대수명은 0세의 출생아가 앞으로 몇 살까지 살 것인지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로 평균수명이라고도 하고, 건강수명은 기대수명 중 건강하게 삶을 유지한 기간을 말한다. 그런데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모두 소득과 관련이 있다. 건강형평성학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모든 지역에서 소득 상위 20% 계층이 하위 20% 계층보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지역서 소득 간 기대수명 격차는 강원 철원군에서 11.4년으로 가장 컸고, 울산 북구는 가장 작은 2.6년이었다. 건강수명에서도 소득수준 간 건강수명 격차는 전남이 13.1년으로 가장 컸고 인천이 9.6년으로 가장 작았다. 소득수준 간 건강수명 격차는 전남 고흥군에서 21.2년으로 가장 컸고,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서 4.4년으로 가장 낮았다. 이 조사결과에서 많은 부분을 알수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소득수준간 기대수명의 차이보다 건강수명의 격차가 거의 두 배나 됐다. 이를 쉽게 풀어보자면, 평균적으로 살게 되는 수명은 차이가 적지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수명의 차이는 소득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소득이 낮을수록 아프면서 살아있는 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득에 따른 건강의 불평등이다.

이러한 건강불평등은 건강과 수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 손실과 과도한 의료비 지출 등으로 또다시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것 중의 하나가 '문재인 케어'라고 본다. 건강불평등이 다시 경제불평등으로, 그것이 다시 건강불평등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약화하고자 하는 방향에서 검토되고 추진된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케어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확장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고 지원 확대는 물론 건강보험료 인상이라는 '적정부담, 적정급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OECD 국가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평균 80%인데 문재인 케어의 1차 계획은 현재 63%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계획을 통해 해결되는 것은 어떤 부분인지 구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부분을 줄여줌으로써 비용부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MRI, 초음파 검사 건강보험 적용, 상급 병실료 2인실까지 건보 적용, 대형병원 특진 폐지, 간병의 건강보험 적용 등이 주된 내용이다. 둘째로 취약계층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노인, 어린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혜택 강화로 경제적 위험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 대폭 하향, 하위 30% 저소득층 본인부담(100만원/년), 15세이하 입원진료비 부담률(5%), 중증치매환자 본인부담률(10%)로 인하 등이 포함되었다. 끝으로 재난적 상황에서 의료가 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시되었다.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물론 문재인 케어에 들어갈 재원의 마련과 의료기관이나 의사들의 이해관계와 일부 충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를 들자면 낮은 의료수가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 진료를 줄이는 것은 병의원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의료에 대해서 이제 우리는 다른 시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가는 지금에도 의료를 수익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건강불평등이 경제불평등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우리가 진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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