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성군수에 출마하려다 상품권을 뿌려 적발된 최병윤 전 충북도의원 / 중부매일 DB

6.13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혼탁한 선거양상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1995년 6월27일 기초의원·단체장, 광역의원·단체장등 4대 선거가 동시에 실시돼 진정한 의미의 자방자치시대가 시작된 지 23년이 지났다. 이 정도 기간이면 선진국에 못지않은 성숙한 선거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하지만 일부지역에선 과거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 '흑색선거'에 못지않은 퇴행적인 선거문화를 보이고 있다. 기부행위에 대한 유권자의 인식은 예전에 비해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금품으로 표를 살 수 있다는 삐뚤어진 의식을 갖고 있거나 상대후보에 대한 과도한 적대감으로 지역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해보면 여론조사 조작과 가짜뉴스 등 허위사실 공표는 줄지 않고 있는 반면 기부행위 등 고전적 불법사례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선거의 유형이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특정후보가 가족과 선거사무원등을 동원해 수백 대의 임시전화를 개설, 의도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불법적인 여론조사를 벌이는가 하면 상대후보를 음해하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또 SNS에 현직 군수에 관한 홍보 글을 게시한 공무원 11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고발된 사례도 있다. 공직선거법상 공무원 등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교묘하게 어긴 것이다.

하지만 음식물 제공도 여전하다. 경남 합천 주민 800여명은 최근 한 산악회가 주관한 등산을 따라나섰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백만 원까지 과태료 폭탄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산악회 간부가 군수 선거 입후보 예정자를 회원들에게 소개하고 지지 발언을 한 것도 문제였지만 이들 주민들이 교통편의와 음식물을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충북 음성지역의 '혼탁선거'는 주민들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도 심했다. 군수에 출마하려던 전 도의원이 지역사회에 상품권을 뿌리다가 적발됐는가 하면 여·야로 갈린 참석자들이 지방선거 출마 기자회견장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욕설을 퍼붓는 추태를 연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주민들조차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정도며 예의도 염치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힐난할 정도였다.

그 나라의 선거문화는 지역주민의 정치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금권과 관권등 불법이 판치고 비방과 음해 등 흑색선전이 횡행하는 선거판에서 올바른 지방자치가 실현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나마 우리나라 선거풍토가 개선된 것은 예전보다 시민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되고 엄격해진 선거법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있기 때문이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이라도 저지르겠다는 잘못된 인식이 후보자의 머릿속에 박혀있다면 선거풍토는 절대 개선될 수 없다. 지방자치가 발전하고 선거문화가 성숙해지려면 후보자는 물론, 지역주민들도 선거에 대한 인식과 자세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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