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내버스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서민들의 발인 '시내·시외버스'등 노선버스 운행이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으로 비상이 걸렸다. 지역 버스업계도 경영난이 우려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월말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7월부터 기업규모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특히 정부가 버스 운전자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 상 '운수업 근로시간 특례제도'를 손질한다고 밝혀 '버스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버스업계 현실을 도외시한 것으로, 심각한 '대중교통 운영 축소'를 불러 노선버스운송사업이 막다른 길에 몰릴 수 있다. 탁상공론식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 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의 공통적인 추세다. 그래서 근로시간 단축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2004년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된 것과 비슷한 의미다. 이후에도 장시간 근로는 계속 문제가 됐고, 운전자의 과로로 인한 잇따른 버스사고도 근로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확산시켰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근로자에겐 일도 중요하지만 여가생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탄력근로제등 유연근로시간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업계의 특성상 유연근로제가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소하기는 힘들다.

버스업계는 교통정체·도로여건 등 다양한 변수로 동일한 노선을 운행해도 소요시간이 달라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고 버스운행이라는 근로 여건 상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실제 대도시 시내버스와 중소도시 및 농어촌지역의 버스, 시외·고속버스의 운행 시간과 근로환경이 달라 운전자의 적절한 교대근무가 어렵거나 초과근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버스 근로자의 약 83.7%가 1일2교대제, 격일제, 복 격일제 등의 여러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에 따라 버스업계가 기존 노선 운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등의 추가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당장 5월 이전에 1만 명 이상의 운전자를 새로 채용해야해 추가비용이 천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버스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운전자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일하는 시간이 줄면서 월 만근일수 조정, 연장근로시간 조정 등에 따른 각종 수당 등이 감소한다. 운전자의 고정수입이 줄어들 경우 노사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 대중교통이 혼란을 겪으면 버스의 정상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결국 서민들이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자체에서 버스업계에 대해 재정 지원을 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모른다. 무리한 근로시간 단축은 버스업계 현실에 맞지 않는다. 버스업계의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선 노사가 합의해 자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업체와 운전자가 윈-윈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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