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 pixabay

사람은 날마다 순간순간 자신과 여러 가지 약속을 하며 산다. 서릿발 같은 결심을 했다가도 슬그머니 물러서버릴 때가 태반이다. 사람은 공기를 마시고 식은 죽 먹듯이 소소한 거짓말을 하며 살아간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죄의식과 죄책감, 수치스런 감정으로 눈치 보기에 연연하게 되고 속인 것이 드러날 까봐 두려워 불안심리로 강박장애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불건강한 감정은 삶의 진수에 힘을 쏟지 못하고 허투루 쓰게 만든다.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존재감을 무시당했다는 모멸감에 빠지게 하고 농락당했다는 감정까지 더해져 치가 떨리는 상처와 고통을 겪게 한다.

자신의 잘못을 고의적으로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양창순 정신과 전문의는 "사실이 드러났을 경우 일어나는 일들이 두려워 일단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죄책감과 그로 인한 벌에 대한 두려움이 들 때, 나는 진실을 말하고 싶었는데, 그럴 경우 상대방이 그것을 감당 못하고 무슨 일을 벌일지 몰라 할 수 없이 거짓말을 한다는 합리화에 빠질 때, 상대방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실망해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 때, 병적이고 악의적인 거짓말쟁이가 아니더라도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 마치 죽을 것 같은 다급함이나 수치심을 느낄 때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도 속이고 타인도 속이며 산다. 마음을 부도(不渡) 상태로 이끄는 거짓말은 알게 모르게 삶의 근간과 자기 질서를 허물어뜨리고 부실한 사람이 되게 한다. 어떤 조건이 주어지더라도 자기와의 약속을 지켜내고 자기를 속이지 않는 마음과 자기 질서와 원칙에서 벗어난 것과는 일체 타협을 거부하는 깊은 심지에서 참 삶은 실현된다. 맑고 향기로운 삶은 자기를 속이지 않고 자기와 한 약속을 지키며 사는 불기자심(不欺自心)으로 완성된다.

자신을 속이며 살지 않는 삶은 내면의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과 직결된다. 김녹두 정신과 전문의는 "우리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실망합니다. 마찬가지로 친절이나 호의에 혹했다가 그것이 진정성 없는 행동이었음을 알게 되면 기만당했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기만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럴 의도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속이는 경우도 있지만 자기 자신도 스스로에게 기만당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나'와 '내면의 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에 대한 이해를 키워가야 합니다."고 말한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무심한 일상의 행동거지 속에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때 본모습을 볼 수 있다. 법정 스님은 "일체의 생활에 진실이면 통한다. 설사 눈앞에 손해 볼 일이라 할지라도 진실이면 그만이다. 결코 거짓된 것과 비굴에 타협하지 마라. 무슨 일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하여라. 여기 비로소 인간 성장의 싹이 틀 것이다. 내가 나를 키워 나가야 한다. 깊이 명심하고 실행하여라."고 말한다. 하늘에 부끄럽고 사람에게 민망한 일을 딱 끊어 범하지 않는 마음이 불기자심(不欺自心)의 삶이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의 행동들을 시(視)·관(觀)·찰(察)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산다면 속일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사람이 세상에서 귀하게 여길 바는 성실함이다. 속여도 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자신을 속이는 것이 가장 나쁘다. 사람은 마음에 든 것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