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운동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운동은 '두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정신과 교수인 존 레이티 교수는 "운동의 진정한 목적은 뇌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운동이 생물학적 변화를 촉발해서 뇌세포들을 서로 연결시킨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레이티 교수는 신체와 정신이 하나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운동과 뇌의 관계를 실제 사례를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뇌 연구의 권위자입니다.

레이티 교수가 분석한 연구 결과 중 운동을 통해 학업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네이퍼빌 센트럴고등학교는 0교시에 전교생이 1.6km를 달리기를 하는 체육수업을 배치했습니다. 달리는 속도는 자기 심박수의 80~90%가 될 정도의 빠르기, 즉 자기 체력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뛰도록 했습니다. 이후 1, 2교시에는 가장 어렵고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과목을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한 학기동안 0교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학기 초에 비해 학기 말의 읽기와 문장 이해력이 17% 증가했고, 0교시 수업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성적이 2배가량 높았습니다. 또한 수학, 과학 성적이 전국 하위권이었던 이 학교는 전 세계 과학평가에서 1위, 수학에서 6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다른 실험 결과에 의하면 학력은 들이는 돈에 비례하며, 소득수준에도 비례한다. 그런데 저소득층 학생 중 운동량이 많은 학생과 운동량이 거의 없는 학생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운동량이 많은 학생의 성적이 높았습니다. 이밖에도 정기적이고 강도 높은 운동을 통해 학습효율을 높이고 수업, 생활태도와 성격까지 개선한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공통점은 운동의 형태와 강도, 지속시간과 빈도 등이 고려됐다는 점입니다. 운동은 자발적으로(강제적인 운동은 오히려 체벌과 같은 스트레스가 된다) 하며, 자신의 신체 능력을 최대한도로 사용하는 강도로(정확히는 최대 심박수의 80~90%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강도), 일주일에 4~5회 빈도로 규칙적으로 실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운동이 어떻게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면 뇌세포의 성장에 비료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성장인자인 'BGF(Brain Growth Factor)'의 혈중 수치가 증가합니다. BGF는 일종의 단백질들로, 심박수가 높아진 상태의 심장과 근육에서 분비됩니다. 분비된 BGF는 뉴런의 기능(정보 전달)을 강화시키고 뇌세포의 성장 자체를 촉진하며 세포가 소멸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더디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BGF와 더불어 분비되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혈 간 내피세포 성장인자,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등은 복잡 다양한 과정을 거쳐 정신적인 환경을 최적화 해 각성도와 집중력, 의욕을 고취시킵니다. 이들은 또한 신경세포가 서로 결합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결합을 촉진해 세포 차원에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도록 합니다. 즉 기존 뇌세포의 기능을 강화하고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고착되는 과정의 속도를 현저히 빠르게 하는 것입니다. 뇌세포를 새로 만들어 내며, 창의력이라고 알려진 뇌의 인지적 유연성도 대폭 증가시킵니다. 실험에서는 단 한 번의 달리기를 했음에도 테스트에 대한 대답속도와 인지적 유연성이 향상되는 것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운동을 하면 뇌세포가 생성되지만 운동 직후 이 뇌세포들이 할 역할을 잡아주지 않으면 바로 죽습니다. 즉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뇌세포 간 연결을 이뤄 새로 생긴 뇌세포를 기존 지식체계 속에 포함시켜야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센트럴고등학교가 0교시 체육시간 이후 가장 어려운 수업을 배치한 이유는 결국 운동을 한 직후의 뇌가 학습을 하기 가장 좋은 상태로 세팅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열심히 운동한 후 꼭 뇌를 사용하라!' 학습능력 향상을 원한다면 기억해야 할 필수사항입니다.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 제공 : 미래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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