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기자실에서 열린 삼성증권 배당착오사태 공식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원 부원장은 이번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고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히 저해한 행위이므로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을 대상으로 철저하고 엄중한 원인규명 과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조합 소속 직원들에게 1주당 1천원의 배당금 대신 1천주의 주식을 지급한 112조원 규모의 초대형 금융사고를 냈다. 2018.04.09. / 뉴시스

사상 초유의 배당착오 사태로 자본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삼성증권에 대한 고객들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잘못 배당된 주식인줄 알면서도 이를 시장에서 즉각 내다 판 삼성증권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증권업계를 넘어선 금융업계 전체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주고 있다. 지난 6일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직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할 28억원의 배당금을 28억주로 잘못 입금하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날 잘못 배당된 주식규모는 112조6984억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직원들은 이중 약 2000억원 규모(501만2000주)를 장중에 매도해 차익실현을 꾀했으며 이후 회사측이 문제를 인지하고 매도 물량으로 풀린 주식을 대부분 회수했지만 주가는 한때 폭락하는 등 크게 출렁였다고 한다.

한 시민은 "어느 조직이든 분위기가 해이해져 있으면 사고가 나는데 이런 조직에 내 돈을 맡기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 인터뷰를 보고 필자도 결코 자유로울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숙연해 지기까지 했다. 이대목에서 과거 10여년전 서브프라임 사태는 왜 발생했고 월가는 왜 몰락했을까를 되짚어 보자.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투기 사건부터 1930년대의 대공황, 서브프라임 사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대형 금융위기는 시대별 국가별로 형태가 다양하지만 본질은 똑같다. 그것은 '도덕적 해이(인간의 탐욕), 정부정책의 실패, 법제도의 미비'라는 3박자가 어울려서 빚어내는, 거품의 형성과 붕괴 과정었다. 과거 서브프라임 사태의 정책실패는 금리이기도 했으나 전 미연방준비제도의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의 책임이 컸다고 회자된다. 인간의 탐욕은 이렇다. 빚내서 집을 사는 사람도, 고수익 꿈에 부풀어 위험을 무시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금융상품을 사는 쪽도 문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파는 쪽 즉, 금융관련 임직원들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현재 주요국의 금융관련 기업들은 단기 실적주의와 지나친 성과 위주의 보상시스템이다. 프랭크 파트노이 샌디에고 대학교수는 '전염성 탐욕: 기만과 위험의 금융활극과 시장의 부패'라는 책을 통해서 월가의 비도덕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외환위기가 한창인 1999년에 '대파국'이란 책을 통해서 미국 월가 IB 맨들의 숨겨진 실상을 알려준 사람이다. 그가 2004년에 쓴 '전염성 탐욕'이란 책의 소개문을 옮겨보면 이렇다. "오늘날 전 세계의 금융회사와 기업들은 투자와 자산운용에서 선물, 옵션, 구조화 금융 등 각종 파생상품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일반 투자자들도 주식투자를 하거나 금융거래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파생상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이런 파생상품이 초래하는 거대한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할 법과 제도적 장치는 미비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자기방어 수단도 갖추지 못한 채 그러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우리 모두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이 리스크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것은 대체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이는 도덕적 해이와 신뢰의 상실이 본원적 이유일 것이다. 필자는 더 이상 금융기관들이 개인적 탐욕과 관리감독의 허술로 일어난 이번의 배당사고 등을 거울삼아 선진적인 투명경영,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장착한 윤리경영등을 시현하여 유령주식사태와 같은 대국민 신뢰를 잃어버리는 해저드에 빠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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