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3월 15일 청주시 흥덕구의 한 화단에서 만개한 산수유가 봄비를 반기고 있다./신동빈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충북의 향토음식 연구회원들이 보은의 '온제향기'란 맛 집에서 모이는 날이다. 진달래와 조팝꽃이 피어있는 꼬불거리는 길을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으며 따라갔다. 잘 지은 집도 안보이고 산골마을 수수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산속으로 들어가니 온제 향기 가는 길이란 안내문구가 보였다. 솟을 대문위에 솟대가 서있는 온제 향기는 헌집을 리모델링한 목제로 지은 집이었다. 오밀조밀 발효실과 조리실을 만들고 이층에 마루방을 만들어 식당을 운영할 생각을 했는지 아이디어가 기발함을 느낀다.

온제 향기는 산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방이 산으로 병풍이 쳐있고 주변의 과수원이며 논두렁 풍경이 이색적이다. 여름이면 초원속의 집이 되어 아름다울 것 같았다. 빗길도 마다하지 않고 옥천에서 단양까지 속속 33명의 회원들이 모여 들었다. 효소를 한 병씩 들고 와인과 식초 체험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온제 향기 대표는 발효 식품 중에 술을 잘 빗는 우리 회원이다.

식탁에 소꿉놀이 하듯이 앙증맞은 작은 잔과 접시가 놓여있고 야생초를 수반에 수경 재배 하듯 키웠다. 손잡이가 달린 작은 병에 와인과 맑은 술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탁에 마주앉은 회원들은 유년의 소꿉놀이하던 추억이 솔솔 피어난다고 입을 모았다. 직접 그릇도 만들어 구워 온 것 같았다. 여느 식당과 차별화된 풍경이다.

체험 교육이 시작 되었다. 발효실을 구경하고 우리를 위하여 3일전부터 멥쌀를 씻어 담가두고, 쌀뜨물을 받아 끓여 두었다가 밥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고 했다. 지은 밥에 누룩을 넣어 오래 치대면 밥알이 뭉그러지는데 작은 항아리에 담아서 면포로 봉한 다음 따뜻한 아랫목에 하루를 모셔두면 뽀글거리며 마치 풀이 끓듯이 푸불썩 대며 공기방울을 쏘아 올리며 발효를 시작하는 효모가 된다고 한다. 면포를 벗기니 항아리안의 효모는 정말 크고 작은 공기방울이 모여 뽀글거리며 살고 있었다. 순간 코를 스치는 향은 어린 시절 술 지건이를 연상시켰다.

발효 특허 전문가답게 이런저런 연구를 하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이야기부터 오늘이 있기까지의 체험담은 요리사들을 공감하게 했다. 이 효모로 술과 식초, 빵등 발효 식품을 연구 하여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먹거리를 개발 하려는 의지가 대단하다.

당도의 부릿지를 측정하고 효소와 물, 효모를 넣어 다시 발효 시켜서 와인을 만들고 식초을 빗는 과정은 신비스러웠다. 발효를 시키는 데는 온도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너도나도 시연을 보며 한 병씩 만들었다. 이제 지금 만든 이 효소가 와인으로 변신을 하게 된다니 신기하다. 내손으로 만든 술을 식탁에 올릴 것을 생각하니 뿌듯함을 느낀다.

이진순 수필가

창밖에 봄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 우리는 와인과 매실주를 따르며 건배를 했다. 우리는 잘 먹고 지내고 있는가, 난 지금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는가, 난 누구를 위해서 살고 있는가, 난 남을 얼마만큼 배려하고 있는가를 성찰하게 하는 하루였다.

매일같이 얼큰한 고춧가루와 고추장 새콤달콤한 맛에 길 드려진 입맛을 천연의 배와 잣 들깨가루로 고소한맛을 낸 맛집 대표의 정성에 반하고 말았다. 봄비는 여전히 끊임없이 내리고 있다. 차분하게 돌아오는 길 내내 동무처럼 따라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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