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이 무려 41억5천만원

Cindy Sherman_Untitled #96. 1981

2011년 뉴욕 크리스티(Christie's New York) 경매에서 신디 셔먼의 '무제 96번(Untitled #96)'(1981)이 무려 3.89백만 달러로 낙찰되었다. $3,890,000를 당시 환율로 계산한다면 약 41억 5천만원이 되는 셈이다, 그 낙찰가는 사진 경매사상 최고가였다. 도대체 신디의 '무제 96번'이 어떤 사진이기에 41억원을 넘는 가격으로 거래된 것일까?

필자는 지난 연재에서 신디가 뉴욕 주립대학에서 순수예술을 졸업한 후 1977년부터 1980년까지 '무제 영화 스틸' 시리즈 사진작업을 했다고 중얼거렸다. 신디는 1981년부터 이전의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으로 전환한다. 1981년부터 1982년까지 작업한 그녀의 '풀 컬러 클로즈업(Full Color Cose-up)' 시리즈가 그것이다. 신디의 '무제 96번'도 '풀 컬러 클로즈업' 시리즈의 하나이다.

신디의 '풀 컬러 클로즈업' 시리즈는 초기의 '무제 영화 스틸'과 크게 세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의 전환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무제 영화 스틸'은 미국 여성들의 스테레오 타입 이미지를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반면, 그녀의 '풀 컬러 클로즈업' 시리즈는 포르노 사진을 연상시킨다. 셋째로 그녀의 '풀 컬러 클로즈업' 시리즈는 모델의 신체를 프레임 안에 신체의 일부가 잘라나가도록 꽉 차게 잡는다는 점이다.

필자가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으로 전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자, 그러면 두 번째 '포르노 사진'을 연상시킨다는 특징을 보자. 신디는 어느 언론사 인터뷰에서 그녀의 친구인 신표현주의 화가 데이비드 살르의 스튜디오에서 포르노 잡지를 보고 발상을 얻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당시 그녀는 '남성 잡지를 펼치면 육체를 내던지고 성기를 벌리고 슬픈 표정을 보이고 있는 여자들이 있다. 그 이미지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 점은 세 번째 특징과 문맥을 이룬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사진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다. 신디는 사진의 한계, 즉 제한된 사각 프레임 안에 신체의 일부가 잘라나가도록 화면을 꽉 채웠다. 따라서 신디는 신체의 일부가 잘려나간 사진을 보는 관객에게 스스로 재구성하도록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 원점으로 돌아가자. 원점? 신디의 '무제 96번'말이다. 그것은 1981년 미국의 미술잡지 '아트포럼'으로부터 기사로 싣기 위해 청탁을 받고 작업한 사진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디의 '무제 96번'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정작 '아트포럼'에 실리지 않았다고 한다. 오렌지색 T에 오렌지색과 백색으로 구성된 체크무늬 치마를 입은 여자가 타일 바닥에 누워있다. 여자의 시선은 밖을 향하고 있다. 왼손은 머리 쪽을 향하는 반면, 오른손은 치마로 가려진 허벅지에 놓여져 있다. 그런데 여자는 오른손으로 쪽지를 잡고 있다. 그리고 왼쪽 화면 가장자리에 운동화 부분이 살짝 보인다. 따라서 그녀가 오른쪽 다리를 약간 왼쪽으로 굽힌 상태에서 접고 있는 포즈임을 추측할 수 있다.

요염한 포즈와 함께 상기된 얼굴 표정 그리고 무엇인가에 홀린 듯한 눈빛 또한 약간 벌어진 입은 묘한 분위기를 준다. 하지만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오른손이 잡고 있는 쪽지이다. 그 쪽지에는 깨일 같은 글이 적혀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그 글을 읽을 수는 없다. 언 듯 보기에 그 쪽지는 신문지 조각으로 보인다. 도대체 그 쪽지에 무슨 글이 적혀있는 것일까?

신디의 '풀 컬러 클로즈업' 시리즈가 포르노 잡지를 보고 발상을 얻었다는 신디의 진술에 주목해서인지, 혹자는 신디의 '무제 96번'을 유혹하는 듯한 혹은 상처받은 듯한 묘한 분위기의 사진으로 읽는다. 하지만 신디의 '무제 영화 스틸' 시리즈가 어느 특정의 영화 스틸을 '재현'한 것이 아니지만 영화에 길들어진 관객이 스스로 머릿속으로 '어느' 영화 스틸로 상상하게 되었듯이, 신디의 '풀 컬러 클로즈업' 시리즈는 포르노 잡지의 모델을 재현한 것이 아니지만 포르노 모델에 익숙해진 남성관객이 스스로 머릿속으로 '어느' 포르노 사진으로 상상케 만든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신디의 '무제 96번'은 남성들의 관음증에 '똥침'을 놓는 것이 아닌가? /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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