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 브리핑룸에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8.04.11. / 뉴시스

교육부가 엊그제 발표한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안은 김상곤 장관의 무능, 무책임, 무소신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쟁점들만 나열한 채 아무런 내용도 없는 개편 안에 중학생들은 혼란에 빠졌고 학부모들은 흥분했다. 교육부는 통상 2개 정도 시안을 제시하고 의견 수렴을 거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수능 평가방법이나 수능·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 수시·정시 통합 여부 등 대입과 관련된 모든 쟁점들을 열거하며 쟁점별 구체적 개판방안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 오는 8월까지 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8개월을 허송세월 하다가 4개월 안에 개편 안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무능행정에 기가 막힌다. 교육부는 당초 지난해 8월 대입 개편 안을 확정하려다 절대평가 확대 안에 대한 여론의 반발에 부딪치자 발표를 1년 유예했다. 하지만 8개월 연구 끝에 내놓은 시안은 '결정 장애'의 결정판을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공론화를 빙자한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교육부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번 개편 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부분 교육단체들이 입을 모아 교육부를 비난하고 있지만 김 장관은 "오늘 제시한 '열린 안'은 정부가 구체적 시안을 제시하고 찬성·반대 의견을 듣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참여해 숙의·공론화 할 수 있게 하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결정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는 4개월 만에 수능 평가방법, 수시·정시 통합여부, 정시·수시비율, 수능 과목, 수시 최저기준 폐지 여부등 중요항목을 토대로 수십·수백 개의 복잡한 시나리오를 모두 검토해 새로운 대입개편 안을 만들고 공론화해야 한다. 그런데도 '새로운 정책결정 방식'이라며 궤변을 늘어놓는다. 교육부가 대학입시개편 안 결정에 자신이 없다면 이제 와서 국가교육회의에 떠 밀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처음부터 손을 뗐다면 시간낭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김 장관이 현 정부의 선거공약이자 자신이 꾸준히 주장해온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안'에 대해서도 기본입장이 아니라고 밝힌 점이다. 그는 평소 "현행 상대평가 수능은 학생들이 남보다 더 많은 문제를 맞히기 위해 무한 경쟁을 하기 때문에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번엔 국가교육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을 바꿨다. 자신의 발언을 부정한 것은 물론 정부의 정책방향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반대여론을 의식한 발언이지만 현 정부의 교육철학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번 교육부의 대입개편 안에 대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이번 개편 안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피하고 보자는 비겁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납득할 수 없는 교육부의 행태를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교육부의 역할은 교육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지만 이번 대입개편 안은 책임회피와 복지부동한 교육부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매사 이런 식이라면 그 누구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신뢰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