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한인석 제천시 규제개혁팀장

충북 제천시는 고명동과 강제동 군사시설 보호구역 30만9292㎡를 해제했다고 18일 밝혔다. 2018.01.18. / 뉴시스

모처럼 주말에 시골 부모님 댁을 다녀왔다. 벚꽃을 보려는 상춘객들로 왕복 2차선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좁은 길에서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느라 뒤차는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에게 미소를 보냈다. 꽃구경이 목적이 아니고 단순히 그 길을 통과 하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1년 중에 벚꽃 필 때와 영화제 때 아니고서는 이 길에 이렇게 많은 차들이 있는 것을 볼 수가 없으니, 덕분에 나도 상춘 행렬에 끼어 꽃 잔치를 느긋하게 즐겼다.

미수를 바라보는 아버지는 내가 집수리를 하자고 해도, 가구배치를 새롭게 바꾸자고 해도, "그냥 냅둬라"는 말만 하신다. 새로운 환경으로 바뀌는 것이 귀찮은 것이다. 조금 불편해도 그냥 참고 사는 게 익숙해져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우리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규범과 틀에 익숙해져 있어서 불편해도 불편한 줄을 잘 모르는 무기력증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규제가 해결되어 시민들의 피부에 느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그 길은 멀고도 험난하겠지만 이를 헤쳐나감으로써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가 있다. 제천시 외곽인 고명동 일대 30만9천292㎡ 규모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얼마 전에 일부가 해제 되었다. 오랜 기간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했던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를 위해 시는 관계부처에 10년 동안 6차례에 걸쳐 건의를 하였다. 그 결과 해제 결정을 받아냄으로써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한인석 제천시 규제개혁팀장

정부는 그동안 모든 규제 속에서 하나를 풀려고 하는 포지티브규제를 추진하여왔으나 최근에는 금지 사항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포괄적 네거티브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신제품과 신기술의 신속한 시장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시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규제 체개를 전환하는 것이다. 제천시는 공모를 통하여 생활 속 규제개선 과제를 찾아내고,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수렴하기 위해 찾아가는 규제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등 규제개선이 곧 삶의 질을 높이는 길임을 홍보하고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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