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기준 시설물 설치...만 3세 이용 불편함 초래
예산 부족에 교체 어려워...보조방석·별도 공간 마련

초등학생 기준으로 설계된 급식소의 식탁과 의자가 병설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의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교육당국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2일 청주의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5세반 아이들이 등받이가 설치된 높이 68cm의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 이 학교는 최근 한 원생이 밥을 먹던 중 의자 뒤로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연령별 식탁과 의자를 구매했다./신동빈

[중부매일 김금란 기자] #청주시내 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5세반 A(3)군은 지난달 6일 입학 후 처음으로 학교에서 점심급식을 하다가 등받이 없는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 학교 급식실의 바닥은 시멘트 재질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충북도내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원아들은 초등학생과 같은 급식실 시설과 식단 등을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급식실의 식탁과 의자는 초등학생 신체를 기준으로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초등학교 급식실 식탁과 의자는 일체형으로 사람이 앉았다 일어나면 의자가 자동으로 식탁 밑으로 들어가게 돼있기 때문에 식탁의자에 등받이가 없다. A군도 이런 등받이가 없는 식탁의자에 앉아서 점심을 먹다가 뒤로 넘어진 것이다.
 
이 학교는 이 사고 후 병설유치원 원아들이 사용하는 식탁의자를 등받이가 있는 것으로 모두 교체했다. 특히 5세반 원아들이 사용하는 식탁은 원아들의 키높이에 맞춰 새로 구입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3월은 학교생활 적응기간이고, 만3세 원아는 15명이고 교사 2명이 돌보고 있는데 사고가 났던 날은 교사가 다른 아이를 살피는 중에 순식간에 일어났다"며 "사고 당일 긴급히 원아들이 사용하는 의자를 등받이 의자로 바꿔 다음날부터 사용하도록 했으며 5세반은 식탁까지 교체했다"고 말했다.
 
도내 대부분의 병설유치원은 이 학교와 상황이 비슷하다. 단설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의 시설물을 함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원아들의 신체기준이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아 원아들이 안전사고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만3세의 어린 아이들로 구성된 5세반은 유치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데다가 가정에서 사용해보지 않은 자동 식탁의자 등이 익숙하지 않다.
 
또 일반적으로 초등학생들이 이용하는 식탁 높이는 73㎝로, 유치원용으로 나온 식탁(65㎝)과 8㎝의 높이 차이를 보인다. 어린 원아들의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학교시설물을 유치원 원아들에게 맞춰 교체하기에는 예산 등의 문제가 수반되기 때문에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해당 학교에 따르면 유아용 6인용 식탁을 바꾸는 비용은 47만~57만원 가량 소요된다. 등받이의자만 교체하려고 해도 기존 의자프레임에 맞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일부 학교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의자 위에 보조방석을 얹어 키 높이를 맞추고 있다. 또 급식실 구획을 나눠 원아들의 식사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급식실이 비좁은 학교는 별도의 구획을 나누기가 어렵고 이런 방법은 원아들의 안전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교육청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A군의 어머니는 "입학식 바로 다음날 사고가 발생해 당황스러웠지만, 학교측이 신속하게 대처해 병설유치원 아이들의 급식환경이 안전하게 개선돼 다행"이라며 "병설유치원의 경우 초등학교 시설물을 함께 사용하다 보니 유치원 원아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데 시설물 구입단계부터 아이들 눈높이에서 신경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도내 병설유치원은 216곳, 단설유치원은 23곳이다. 단설유치원을 포함한 원아 수는 총 8천751명이다.
 
지난해 유치원에서 수업·체육·실습·청소·쉬는 시간 등에 발생한 안전사고로 학교안전공제조합에서 보상금을 지급한 사례는 총 111건이다. 2016년에는 120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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