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목포신항만에 육상 거치된 선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18.04.15 / 뉴시스

꼭 4년 전 오늘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뿌리 깊은 병폐와 그릇된 관행 그리고 구조적인 모순이 낳은 비극이다. 가진 자를 위한 각종 특혜와 민관유착이 낳은 폐해는 대형 인재로 이어졌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가장 큰 교훈을 준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부실공화국을 고착화 시킨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이후 리더십을 상실하고 결국 탄핵당한 것은 불신과 불통의 결과다. 최근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와 국가위기관리학회가 공동주최한 '세월호 참사 4주기 위기관리 학술대회'의 핵심적인 내용은 정부의 신뢰회복이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부의 신뢰와 소통이 재난대응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주장이 공감되는 이유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세월호 참사는 대형재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정서를 변화시켰다. 300명에 육박하는 희생자 대부분은 수학여행을 떠났던 꽃 같은 아이들이었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TV를 통해 오열하는 가족들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의 대처는 '이게 국가냐'는 비난이 쏟아질 만큼 무능했다. 당시 참사 현장에서의 구조 활동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했고,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누구도 지켜주지 못한다는 생각들이 확산됐다는 지적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

최희천 열린사이버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초기에 둔 가장 큰 패착은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참사와 관련한 청와대·정부 활동 기록에 관해서조차도 많은 이들이 청와대와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했다"면서 "이런 의혹들은 궁극적으로 정부 시스템과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불러왔고, 수많은 시민의 저항으로 종결됐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민도 의사소통에 실패하면 불신을 낳고 반감이 생긴다. 세월호 참사로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다. 지난해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위기에 처할 때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세월호 참사이전엔 46.8%였으나 그 이후에는 7.7%로 뚝 떨어졌다. 특히 법과 제도가 공정성을 상실하면서 41개 OECD 국가중 사법제도 신뢰도순위는 39위였다. 상당수 국민들이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시스템 전반에 대해 투명하지 않고 믿을 수 없다'고 느낀 것이다. 이러니 아무리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해도 선진국 문턱을 넘기는 커 녕 2류 국가라는 조롱을 듣는 것이다. 국민들로 부터 불신 받는 국가의 미래는 불안하다.

불신이 치러야할 대가를 감안하면 정부는 신뢰와 소통으로 재난에 대처해야 한다.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신뢰'(trust)라는 책에서 사회의 축적된 자본 중에 가장 중요한 자본이 '신뢰'라고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어도 대형재난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믿음을 주고 국민이 신뢰한다면 재난대응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신뢰를 받기 위해선 독선과 불통부터 버려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무능한 지도자 그리고 불신 받는 정부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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