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의혹과 빛바랜 김영란법
김기식 의혹과 빛바랜 김영란법
  • 박상준 기자
  • 승인 2018.04.15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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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칼럼]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외유성 출장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대표이사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4.13. / 뉴시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갑 질 의혹과 거짓 해명 시리즈가 갈수록 대중들의 흥미를 고조시키고 있다. 까면 깔수록 각종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나오고 있다. 피감 기관과 국회의원의 검은 커넥션은 물론 '정치후원금 땡처리 외유' '수상한 재산증가', '용역비 리베이트 의혹'등 하루가 다르게 신선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의혹의 끝이 어딘지가 궁금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야당에 대해 맞불을 놓고 민주당은 '관행'이라고 비호한다.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나열된 의혹들은 청소년들이 봐도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갑 질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강훈식 원내 대변인)은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문재인 정부를 흠집 내려는 시도"라며 지지율로 갑 질 논란을 일축하려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다.

'치료 불가능한 한국병'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공직비리가 성행해 2016년 9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된 나라에서 아직도 이런 일로 논란이 벌어진다는 게 놀랍다. 이런 정권에서 과연 공직기강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김 원장과 관련된 의혹과 해명을 보면 "국회의원 평균 도덕적 감각을 밑도는지 의문"이라고 두둔한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 무색하다. 오죽하면 여권에 우호적인 정의당 조차 "문재인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스스로에게 엄격하기 바란다"며 김 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 50.5%는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므로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김 원장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참여연대 조차 "누구보다도 공직윤리를 강조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던 당사자 였기에 매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여기에 진영논리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

김 원장은 201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권위와 신뢰가 무너지면 금융감독체계 전체가 무너지는 거지요.. 물러나실 생각 없으세요? 참 부끄러움을 모르시시네"라고 했다. 개그콘서트 대사가 연상된다. 이런 발언을 했으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그가 "평소 소신이 있고 깐깐한 원칙주의자"라고 두둔한다. 국민이 만만한 것이다. 역시 그 나물에 그 밥, 초록은 동색이다.

청와대와 여권이 이런 황당한 인식은 국민 정서와 어긋날 뿐 아니라 청탁금지법 제정 정신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 물론 김 원장의 갑 질 의혹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이전 일이지만 그렇다고 사법적,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국민들은 청탁금지법이 대한민국을 투명한 사회로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많았다. 그러나 그 믿음이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권력 상층부가 그들만의 커넥션으로 서민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접대를 받고도 엉뚱한 궤변으로 자기합리화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접대문화와 부정부패의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 제정 당시부터 사회적인 논란과 쟁점이 됐던 청탁금지법이 시행됐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 김 원장 갑 질 의혹으로 드러났다.

3년 전 홍콩의 정치·경제 리스크 컨설턴시(PERC)는 "한국에서 부패의 뿌리가 정치 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층까지 뻗어있고 많은 사람들이 부패에 둔감하며 글로벌 사회로 돌아다니면서 다른 나라들까지 오염시키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권 때의 지적이지만 여권 누구도 이젠 달라졌다고 주장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핀란드는 공직자에 대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도 뇌물로 간주한다고 한다. 모나 살린 스웨덴 전 부총리는 공공카드로 생필품 34만 원어치를 산 뒤 자기 돈으로 카드대금을 메웠으나 나중에 이 사실이 드러나 부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덴마크는 국회의원을 위한 의전차량도, 주차장도 없다. 의원들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피감 기관 돈으로 접대 출장을 다녀온 뒤 해당 기관을 위해 2억 9천300만 원을 예산에 반영하고 혈세를 남용하는 것은 이들 나라 정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원장 같은 사람이 있는 한 1인당 국민소득 아무리 많아도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되지 못한다.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부패 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지만 우리나라에선 공허한 메아리다. 청탁금지법이 뿌리를 내리고 사회 투명성과 청렴도를 높이려면 윗물부터 맑아야 하지만 정치 현실은 우리를 배반한다. 이런 정권에서 정치개혁, 적폐청산을 기대할 수 없다. 청와대가 김 원장의 갑 질 외유와 납득할 수 없는 의혹에 면죄부를 준 순간 김영란법은 이미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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