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수가 15만2000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입구에 실업급여 신청 안내 입간판이 서 있다. 2018.02.12. / 뉴시스

장밋빛이 이어지던 지난해 연말과 달리 최근 한국경제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위험요소가 돌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3% 성장하는 등 2년 연속(2017~2018년) 3% 이상 성장 가능하다고 봤다. 그만큼 지난해 연말 우리 경제 주변 환경이 좋았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미국 발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우리 수출에 치명상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도 우리 경제에 부정적이다. 미국 금리 상승은 국내 시중은행 금리 인상에 영향을 준다. 가계부채가 145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게 되면 가계 소비성향이나 심리를 악화시킨다. 이 같은 전망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실이다. 자영업 폐업률이 창업률을 앞지르고 올 1분기 실업급여 지출이 역대 최고라는 통계자료가 말해준다.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작년 하반기 전국 8대 업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보다 높았다. 새로 생겨난 업소보다 사라진 업소가 많았다. 이는 수익형부동산 전문기업 '상가정보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다. 특히 음식업종은 폐업률 3.1%, 창업률 2.8%로 8개 업종 중 창업과 폐업이 가장 빈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점 창업은 꾸준히 늘어나지만 동일 업종 간 경쟁심화,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시장에 안착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최저임금도 가파르게 상승해 자영업자들을 벼랑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실업자도 양산될 수밖에 없다. 올 1분기 실업급여 수급자는 63만 명에 육박했다. 역대최고치다. 같은 기간 지급된 실업급여 총액도 1조5천억 원으로 역시 신기록을 작성했다. 역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아 도·소매업과 음식점업 취업자가 전년대비 11만6천명 감소했다. 반면 실업급여 하한액이 인상되고 상한액도 하루 5만원에서 6만원으로 오르면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대거 실업급여 신청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정부 시각은 낙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수출호조에 힘입어 광공업 생산이 증가하고 고용도 11만2천명 늘었다며 한국경제에 대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제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해석이다. 삼성, LG, SK하이닉스등 일부 잘나가는 대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등 이중, 삼중고로 신규 인력을 뽑기는 커 녕 멀쩡히 잘 다니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실업률이 사상최고치를 찍었다는 통계청 전망만 봐도 경제현장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낙관적인 시각으로는 올바른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정부가 자영업의 폐업이 속출하고 실업급여 창구 앞에 실직자들이 몰려드는 현실을 외면하다보니 서민경제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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