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자산규모상위 10개 대형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마친 후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외유성 출장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 원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의 의혹 관련 질의에 대한 선관위 발표를 앞두고 있다. 2018.04.16. / 뉴시스

정부가 최근 공직개혁의 일환으로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청렴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엊그제 사의를 표명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같은 인물이 또 다시 발탁된다면 공무원 행동강령은 무의미하다. 부실한 인사검증과 내식구 감싸기식 행태로 물의를 빚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부터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 2의 김기식 사태가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이 퇴진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사필귀정이다. 김 원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5천만 원 셀프후원' 의혹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결정이 나오자 물러났다. 금감원장에 임명 된지 17일만이다. 김 원장 의혹과 사퇴까지의 과정에서 정권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참여연대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세로 부각되면서 인사검증 시스템은 고장 났다. 김 원장은 의원 시절 외부에서 지원받은 해외출장을 격하게 비판한 것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위선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흠결이 하루가 다르게 쌓이는데도 그를 무조건 비호하며 국민정서와 맞선 당청(黨靑)의 오만한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김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셀프 후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면서도 김 원장 측이 제출한 회계보고서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한 중앙선관위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관위는 이날 김 원장의 이른바 '5천만 원 셀프후원' 의혹과 관련, "국회의원이 비영리법인 등의 구성원으로서 종전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 위반"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16년 5월 19일 정치후원금에서 5천만 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민주당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기부했다. 선관위는 당시 종전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회신했지만, 김 원장은 법을 무시하고 '불법 셀프 기부' 한 것이다. 이런 인물이 금융권에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금감원장으로 재임하면 금융개혁은 커 녕 금융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최근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이를 위반하면 최고 파면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항 중에는 퇴직 선배와 점심 먹으려면 소속기관의 장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공직사회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다. 하지만 김 전원장에 대한 잣대와 비교하면 공감하기 힘들다.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를 간 것은 물론 '정치후원금 땡처리 외유' '수상한 재산증가', '셀프후원'등 온갖 갑 질과 위법행위를 저지른 인물에게 관용적이었던 정권이 공무원에겐 '청렴'을 강요하고 있다. 법규가 문제가 아니라 권력상층부 부터 과감하게 손을 봐야 달라진다. 윗물이 더러운데 아랫물이 깨끗해질리 없다.

김 원장은 의원시절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권위와 신뢰가 무너지면 금융체계 전체가 무너지는 거지요. 물러나실 생각 없으세요. 참 부끄러움을 모르시네"라고 일갈(一喝)했다. 그가 일말의 부끄러움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진작에 물러났을 것이다. 이런 인물을 발탁하고 비호한 청와대 민정라인이 건재 하는 한 공직사회가 깨끗해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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