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임금 격차 해소운동 추진 원년' 선언 등 2018년 동반위 중점사업 추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18.4.17 / 연합뉴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대변되는 중소상인들이 불황의 터널에서 허덕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자영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보다 높았다. 새로 생겨난 점포보다 사라진 점포가 많았다. 비교적 상권이 괜찮다는 청주의 번화한 동네거리를 다녀 봐도 개업한지 몇 달도 안돼 문을 닫는 점포가 의외로 많다. 많지 않은 밑천으로 창업했던 자영업자에겐 폐업은 재기가 힘들만큼 치명적이다. 이는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대형유통업체의 출점이 날로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등 대형마트는 청주 권에만 8개가 영업 중이다. 이들 대형마트가 운영 중인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포함하면 수십 개다. 청주백화점, 흥업백화점, 후생사등 지역 유통업체는 하나둘씩 문을 닫거나 대기업에 매각됐다. 이젠 대형마트가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면서 지역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자본의 논리로 밀어붙인다면 골목상권은 설 땅이 없다. 과연 해결책이 없을까.

어제 국회에서 '대기업과 골목상권의 상생협력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동반성장위원회의 2018년 상생 생태계 포럼은 대형유통과 전통시장·골목상권의 윈윈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형유통업체가 골목상권의 중소유통업체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시장 생태계를 보전해야한다"며 ."대형유통업체는 대자본력을 이용한 규모화에만 의존하지 말고 골목상권에 들어가지 않고도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혁신적 경쟁력을 갖춰야한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신세계그룹의 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동반성장을 위해 2014∼2015년 서울 광진구 중곡 제일시장 등 전통시장 안에 있는 에브리데이 점포에서 신선식품 코너를 철수한 것처럼 취급품목의 양보를 통해 상생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기업과 공동마케팅에 노력하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협업화가 촉진됐다는 것이다.

유통시장의 트랜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활기를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형유통업체가 독주하면 지역경제는 피폐해진다. 대형마트가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을 매입하는데 지나치게 인색한 반면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연간 수천억 원의 매출액을 역외 유출하는 등 지역경제 기여도는 매우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분배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정부는 서비스업에서 대형화, 전문화를 억제하는 등 영세한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실제로 시사주간지 '시사IN'이 5년전 지리정보시스템(GIS) 상권 분석 전문업체에 의뢰해 상권변화를 분석한 결과 홈플러스 청주점 반경 5㎞ 내에 있는 72개 슈퍼마켓이 폐업했고 대형마트가 취급하고 있는 전 업종의 소매점이 타격을 받았다. 지금은 더욱 심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유통산업에는 상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대형유통업체가 골목상권에서 중소상인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면서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형유통업체는 중소상인과 경쟁하기보다 공존해야 한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책임을 망각해선 안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