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민중당 서울시당이 16일 서울 중구 한진그룹 앞에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폭력행위 의혹 항의서한 전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4.16. / 뉴시스

최근 우리사회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과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등 일부지도층과 재벌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는 커녕 갑질이나 일삼고 온갖 스캔들로 사회면을 어지럽히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귀한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왕족이나 귀족들은 평상시에는 호화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었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제일 먼저 희생되어야 했다. 에티오피아 왕국의 안드로메다 공주는 괴물 고래에게 제물로 바쳐졌고, 트로이 전쟁에 나서던 그리스 군은 총대장 아가멤논의 딸을 희생시키고 나서야 출정이 가능했다. 이러한 행동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는데, 귀족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신분에 따른 각종 혜택을 받는 만큼, 윤리적 의무도 다해야 한다는 뜻의 프랑스 어이다.

문제를 일으킨 이들이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오너 일가만이 누리는 특혜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실패없이 모든 일이 술술 풀리면 나르시시즘(자기애)이 강해져 본인이 '특별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나르시시즘이 여기서 한번 더 진화하면 남이 자기를 떠받들지 않을 경우 참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지난 반만년 역사 속에서 끊임없는 외침을 겪었고 근대에도 일제강점기를 경험했으며, 수없는 외세의 침입을 몸으로 부딪쳐 지켜온 우리의 민중은 자신을 표현하고 권리를 누리는 데 익숙지 않았고 자신을 감추고 권세와 권력 밑에 억눌려 왔으며 현대에 와서도 고도성장을 위해 그들의 권리는 짓 밟혀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불평등, 소득의 격차, 동반성장 불균형, 교육 격차 등 이런 불평등은 더욱 거세져 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우리 사회 어디에나 어떠한 형태로든 꼭 필요하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에는 늘 약자의 억눌림이 있기 마련이다. 그 억눌림은 분출되기 전에 위로받고 공감되어야만 한다.

노자 도덕경에는 과이물강(果而勿强)이라는 표현이 언급되어 있다. '과감히 행하되 상대에게 강하게 군림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강함만 가지고는 세상의 뜻을 이루기 어렵다. 병장기를 휘두른 전쟁만으로는 사람을 복종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권력이나 병장기를 동원해 상대에게 군림하면서 복종을 강요하는 수많은 갑과 갑질이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자신의 힘을 과신하여 상대에게 군림하지 않는다'는 과이물강의 도(道)가 절실해 보인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갑질 횡포는 무한 경쟁체재와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생겨난 폐해로 다른이의 얘기가 아닌 내 주변의 사람들이나 자신에게도 발생될 수 있는 일로 '끊임없이 순환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누구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함께, 그리고 같이 가야 할 사회이지 더 이상 혼자 갑질하며 살아 갈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부끄러운 자화상인 갑질 문화는 하루 속히 청산되어야 할 진정한 적폐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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