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순덕 수필가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사진은 호킹 박사가 2012년 2월 25일 런던 과학박물관에서 마크 챔프킨스가 발명한 일명 '블랙홀 조명(black hole light)'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2018.03.14 / 뉴시스

지난 3월 14일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루게릭 병을 앓고 있던 그는 5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루게릭 병 환자들을 비롯한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어려운 상황이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가르쳐줬다.

신체적 조건을 극복한 무한한 인간승리의 상징이며 당대 최고의 위대한 과학자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에도 그의 명성이 장애가 한몫했다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차별을 비장애인에게 이해시키고자 장애이해 강사들이 각 기관이나 학교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

충청북도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장애이해 교육의 일환으로 '발달장애인 당사자 인권강사 양성교육'이 있었다. 장애인 스스로가 비장애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호기심과 긴장이 가득한 표정의 지적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 다섯 명이 한곳에 모였다.

먼저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를 하였다. 스스로 생각은 하지만 능숙하게 자기 소개를 할 수 없음에 복지사의 도움으로 미리 써온 문구를 읽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단상 앞에 나와 서는 것부터 힘들어하던 그들은 한번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교육에 발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비장애인들의 질문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으로 가벼운 질문을 던지자 천천히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에서 나오는 반응이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서른여덟 살의 준영 씨는 장애인의 인권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다. 비장애인으로부터 뭔가 부당한 대접을 받았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억눌려 있었던 것이다. 비장애인들의 편견으로 인해서 자신들이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것에 몹시 분노하고 있었다.

법정 기념일인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부족하고 불쌍한 사람, 나와 다른 특별하지만 불쾌한 사람으로 혹은 무섭거나 도와줘야 한다는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편견을 가지면 그 사람의 장애만 보이지만 편견을 버리면 그 사람의 능력이 보인다.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생각 되어지지만 그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한다. 차이를 차별하지 않으려면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차이의 정의가 상대방과 내가 다르다는 것이라면 차별은 그 다름이 어느 한 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발달 장애인이 그들의 장애로 인해서 표현하지 못하고 하는 문제 행동 뒤에 숨은 마음을 잘 읽어주면 그들도 충분히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직업 훈련을 받고 쇼핑백 조립과 물티슈를 생산하는 산업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혜민 씨의 얼굴이 밝은 것은 자신의 사회 참여가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김순덕 수필가

몸이 아픈 사람, 마음이 아픈 사람, 예기치 못했던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과 배려하는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거듭나야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중 그 누군가는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다른 것뿐이므로 서로 존중해야 한다. 다르다는 것은 말 그대로 차이일 뿐 차별로 생각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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