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민간인 댓글 부대' 관련 1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4.03. / 뉴시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시간이 갈수록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전 민주당원 김모(필명 두루킹)씨가 주도한 단체 경인선(經人先·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가 지난 대선때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경선을 전후해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집중 지원한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보도됐다. 특히 김모씨 측은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37%까지 뛰어 올랐을 때 닷새간 '안철수는 MB아바타'라는 대대적인 네거티브 공격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안 후보의 기세는 꺾였다. 대선 패배 후 국민의당은 대선평가보고서에서 "MB 아바타 이미지가 결정적인 패인"이라고 분석한바 있다. '댓글조작'이 선거판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민주당 댓글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는 "검찰과 경찰이 조속히 사건의 전모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 한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을 바라는 것은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민주당원 댓글공작으로 혼란스런 정국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면 야 3당의 주장대로 특검을 수용해 한치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조작으로 수혜를 받았다며 임기 내내 시달렸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기소된 것도 댓글조작 사건 때문이다. 댓글사건은 보수정권의 원죄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번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전모가 명명백백 밝혀져야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두루킹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고 어지러운 말들이 춤추고 있지만 사건의 본질은 간단하다"며 "누군가 매크로를 이용한 불법행위를 했고 정부여당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황으로 보면 청와대의 주장에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경인선에 비공개 상태로 게시된 국민 선플단 소개 글에는 문 대통령이 2016년 9월3일 팬클럽 '문팬'창립총회에서 "SNS공간의 대대적인 선플운동을 전개해야한다"고 제안한 것이 활동의 계기라는 설명이 나온다. 또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민주당 경선 현장에서 이 단체 회원들을 찾아가 격려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씨가 이끌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이 안 후보를 대상으로 집요한 네가티브 공격을 한 것도 드러났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피해를 입은 것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대법원은 어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댓글조작에 관여한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정원장이 심리전단국 직원을 동원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했다면 마땅히 죄 값을 치러야 한다. 이번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은 국정원 댓글조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여론조작을 통해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한 것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기를 문란하게 한 것이다. 정부여당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는 원 전 원장처럼 실형을 선고받아야 한다. 그것이 지난 17일 문 대통령이 강조한 반부패개혁이자 적폐청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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